오늘은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날.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후보 공약이나 자질 검증이 실종되고 bbk 의혹만 무성한 선거여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클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중한 주권 행사를 포기하는 일이있어서는 안 된다.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오늘은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 여러분의 날"이라며 "우리 모두 축제에 참여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서로 손을 잡고 투표소로 가자"고 호소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한 표 한 표가 모아지고 응집돼 국가의 흐름을 좌우하는 거대한 물결이 되고 그 토대 위에서 민주 사회는 존립한다. 일단 투표장으로 가자. 가서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의 후보에게라도 표를 주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번 대선은 돌이켜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김경준 주역의 bbk 의혹이 대선판을 휩싸고 이명박 대 반이(反李) 구도의 난타전이 주도하는 'bbk 대선'이 돼 버렸다. 그나마 대선 이후도 편치 않을 전망이다. bbk특검 결과를 놓고 내년 4월 총선을 정조준한 정파 간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추이대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선자의 특검 소환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로선 선거 기간 내내 후보 검증 기회를 박탈당하는 피해를 봤다. 대선 마지막 순간까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욕설과 몸싸움을 벌였던 것이 우리 정치의 현 주소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누가 이 나라를 이끌 적임자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표의 무서움을 보여 줘야 한다. 선호 후보가 없다고 해서 표를 사장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올해 대선이 60% 안팎의 투표율로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래서는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정통성이 훼손되고 국정의 안정적 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참여 속에서 발전한다. 오늘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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