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칼럼(청주공예비엔날레총괄부장)

과학이 우선일까. 감성이 우선일까. 언뜻 보기에는 물질문명의 세계, 정보혁명의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며 과학적 지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전문적인 지식, 체계적인 학습, 차별화된 과학적 판단이 앞선 사람만이 세상의 리더가 될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는 공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의 성과는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관과 직감,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 할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나고 말이나 숫자는 표현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직업의 성공여부를 알려주는 지표도 예전에는 iq나 시험점수가 평가의 잣대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감성지수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지식을 통합하고 다양한 체험과 느낌을 강조하는 교육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가슴속의 열정을 머릿속의 열정과 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한 지식으로 다른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신르네상스로 가고 있는 것이다.

좌뇌 주도형 사고가 우뇌주도형 사고보다 우선시돼 왔던 것도 현실이다. 좌뇌는 인간답게 만드는 이성적 분석적 논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에 우뇌는 비언어적 비선형적 본능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양쪽 뇌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아름다운 화음이 만들어지는데 우리 사회는 이것을 모두 무시한 채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논리만을 강요해 왔다. 왼손잡이를 고집세고 버릇없는 놈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좌뇌주도형의 하이테크적인 기술과 우뇌주도형의 하이터치 또는 하이컨셉트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터치는 마음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능력 또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하이컨셉트는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 트랜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예술분야에서 장르의 파괴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연장에서는 연극과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예술공연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한꺼번에 감상할수 있는 이른바 '다원예술'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미술관에서도 현대무용 연극 미술 영화 등 모든 예술분야가 융합하고 소통하는 이색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의 토탈미술관에서는 전시회만 갖지 않는다. 1992년부터 매년 세계 정상급 음악인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거나 신인들의 오디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폐허가 된 도시공간을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통해 도심재생과 문화브랜드 파워를 실천한 사례가 많다. 일본의 나가하마시는 철거 직전의 도심공동화 지역에 유리공예촌을 조성하면서 연간 200만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동경시내 롯본기힐즈는 슬럼가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간에게는 두가지 충동이 있다. 하나는 창조충동이고 다른 하나는 소유충동이다. 이 둘 가운데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창조충동을 계발하고 강화하는데 있다. 창조충동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여는 열쇠인 것이다.

안되다고 하지 말자. 어렵다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망설이지 말자. 당신의 작은 생각이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조직과 사회의 역사를 다시 쓰는 엄청난 일을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창조하자. 그리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감성형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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