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 안정적 재원확보로 더 큰 사랑 실천"

192개 단체 6600여명 활동 활발
희망풍차 등 정기후원회비 증대
회원·주민 소통 봉사센터도 추진


[충청일보 박성진기자] 봉사를 예술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봉사를 하는 사람, 봉사를 받은 사람 모두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봉사가 인생의 전부인 사람이 있다. 이제는 봉사자들의 중심에 섰다. 수많은 단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 봉사 경험을 쌓아온 성영용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65·사진)의 포부는 그런 만큼 남다르다. 12일 성 회장을 만나 충북적십자사가 한 해 동안 거둔 성과와 앞으로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한지 1년3개월이 지났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있다면.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적십자 봉사원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리고자 한다. 본인 역시 적십자 봉사원 활동을 20여 년간 해왔지만 아무런 대가없이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화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충북적십자사에는 192개 봉사회에 6600여명의 봉사원들이 있다. 이 분들은 아동청소년, 다문화가족, 노인, 북한이주민 등 4대 취약계층과 결연을 맺고 연중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회장이 되고 보니 충북적십자사가 어려운 이웃에 나눌 수 있는 재원 형편이 매우 열악하다는 걸 알았다. 안정적인 재원마련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첫 번째로 기존에 해오던 후원회원 확대를 통한 정기후원회비 증대에 힘을 쏟았고 두 번째는 학생들을 통한 '희망나눔 천사학교'를 개척하는데 역점을 두고 적십자 가족의 역량을 모았다.

△충북적십자사 창립 이래 올해가 가장 힘든 해였다고 보인다. 지역 사회에서는 '전화위복'이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올 한 해를 평가 한다면.

-'위기가 곧 기회'란 말이 있듯이 행정기관을 통해 모금하던 일반회비 모금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사업 차질이 생길까 우려했지만 직원들과 봉사원 등 적십자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일반회비 모금 방식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일부 개선을 필요로 하는 시기였고 충북지사는 타 지사 보다 그 변화를 좀 더 일찍 앞서서 받아들인 셈이다. 현재까지 일반회비는 적십자의 중요한 재원조성 틀이고 앞으로도 우리 모두가 진정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한다.

△충북적십자사가 기존 지자체에 의존하던 적십자사 모금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에는 일반회비 모금액을 과감히 줄이고 개인이나 기업 등이 매달 정기적으로 내는 후원회비 모금 목표액을 늘렸다. 내년 목표액과 구체적인 성금 모금방식 변화는 무엇인가.

-충북적십자사가 후원회비 개발에 주력한다고 해서 일반회비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일부 모금방법을 바꿔가고 행정기관 공무원, 이·통장과 유기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 내년 충북적십자사 일반회비는 15억 원으로, 2013년 대비 1억500만 원을 줄였다. 후원회비는 11억 원으로, 2013년 대비 4억 원을 늘렸다. 이를 위해 '희망나눔 명패달기'나 '희망나눔 천사학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것이고, 공무원이나 학교·단체 등과 협약을 통해 정기후원회원을 새로 개발해 갈 것이다. 그리고 쉽고 투명한 기부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극장, 버스터미널, 은행, 학교, 행정기관 민원실 등에 '스마트모금함'을 설치하겠다. 충북적십자사는 이런 기금을 위기가정 지원을 위한 '희망풍차 솔루션 금고'로 운영,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할 것이다.

△충북적십자사의 모금 방식 변화가 전국적인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지사에서의 벤치마킹 요청 사례가 많은지.

-물론이다. 전국의 타 지사에서 충북지사의 후원회비 모금방법을 알고 싶어서 직접 찾아온 적도 있고 각종 회의석상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된 적도 많다. 타 지사에서도 일반회비의 한계를 느끼고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충북지사에 후원회원 개발에 관한 노하우를 많이 물어오고 있다.

△취임 이후 특히 '희망나눔 천사학교'가 활성화 됐는데 그 동안 거둔 성과와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해달라.

-'희망나눔 천사학교'는 단순한 모금 캠페인이 아니다. 학교폭력, 왕따, 불안한 사회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경쟁이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과 고통을 나누는, 동행을 통해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교육솔루션 프로그램이다. 12월 현재 228개 학교 6000여 명의 학생이 '희망나눔천사'가 됐다. 도내 전체 초·중·고 470개교 중 48%의 학교가 참여한 것이다. 그 중 20명 이상의 학생이 가입한 130개 학교에는 '희망나눔천사학교' 명패를 달아주고 참여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도 전했다.

△아무래도 모금 방식 다양화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충북적십자사만의 특별한 전략과 전술은.

-감동 있는 봉사사례 개발로 도민의 감정에 호소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기업이나 사업장에 '정기후원회원 가입신청서'를 보내드릴 때 왜 도움이 필요한지를 사례로 소개했다. 아마도 그 부분에 공감을 하고 많은 기업에서 참여해 준 것 같다. 그런 방법으로 충북 전체 교사들의 급여 중 1000원 미만의 우수리를 공제한 기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계비와 긴급의료비로 지원하고 있다.

△충북적십자사 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나.

-충북도내 곳곳에 봉사활동 거점인 '희망나눔 봉사센터'를 건립하고 싶다. 적십자봉사활동의 거점인 동시에 지역 주민의 휴게소 같은 곳, 어르신들의 쉼터인 동시에 청소년들의 놀이방이 될 수 있는 봉사센터를 여러 곳에 운영하고 싶다. 또 그 곳을 다양한 기업과 단체들이 찾아와 봉사도 하고 체험도 하면서 이웃을 위해 마음을 다하는 나눔과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충북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떤건가.

-충북적십자사가 설립된 지 어느덧 64년이 됐다. 그 동안 6·25전쟁터를 비롯해 각종 자연재난 현장에서, 화재 현장에서, 그리고 산불과 폭설 현장에서 적십자 깃발은 어김없이 펄럭였다. 가족에게 버려진 노인의 곁에서, 외국에서 시집온 새댁 옆에서, 사선을 넘어 온 북한이주민 옆에서, 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 곁에서 충북적십자사는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써왔다. 시대가 변하고 기부문화가 덜 성숙했다고 하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온정을 나눌 줄 아는 십시일반의 정신이 살아있다고 믿는다. 적십자 회비는 그 어느 것보다 큰 사랑의 실천이다. 부디 도민들의 성원과 참여를 기대한다. 끝으로 올 한 해 적십자를 사랑해 준 도민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내년은 더욱 더 나눔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소원하며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 성영용 회장./사진=권보람기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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