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24일 일본 구마모토현 아마쿠사에 출장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 '2013 한일역사심포지엄 in Amakusa'에 참석하기 위해서인데 동 한일심포지엄에 대해선 작년 7월 1일자 본지 칼럼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발족된 이 모임은 올해로 만 10주년을 맞이했고, 그 동안 1년에 한 번씩 양 국을 오가며 도합 11번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한국 측에서는 충주의 '예성문화연구회'가, 일본 측에서는 '구마모토한일교류문화연구회'가 주축이 돼 역사를 중심으로 고고학, 불교미술, 민속학, 민예 등 각 분야의 전문갇석학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예성문화연구회는 금년 창립 35주년을 맞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회장인 장준식 한국기와학회 회장(충청대 교수)은 1979년 중원고구려비(국보 제 205호) 발견의 장본인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고고학·불교미술학계의 거성이다. 작년 창립 10주년을 맞은 구마모토한일문화교류연구회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규슈지방을 거점으로 수준 높은 학술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들의 학문적 조예에 대해선 까다롭기로 이름난 일본 학계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시마즈 요시아키(고고학)·오쿠라 류지(불교미술) 씨는 일본을 넘어 국제적 학식과 업적을 자랑하는 학자로 손꼽힌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일본과 한국의 천주교 수용사'로, 16세기 중엽 포르투갈선교사에 의해 천주교가 전래된 이래 350년간 신앙의 전통을 지켜온 아마쿠사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개최한 매우 의의 깊은 대회였다. 이 역사적인 대회에서 나는 '천주교의 조선 전파와 수용에 대하여'를 주제로 영광스럽게도 기조강연을 맡았다.

역사나 고고학 전문가도 아닌 나를 심포지엄 설립의 공로자로 인정해 준 것이다. 23일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대회가 끝나고 작별할 때까지 시종 일본 측의 환대와 극친한 예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서로 십년지기인 그들은 한일교류에 관한 경험이 꽤 풍부한 내가 봐도 최고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지난 10년 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심포지엄이 와해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인내와 노력으로 헤쳐 나왔다. 비록 민간학술교류이고 학문적 입장과 견해가 달라도 이 심포지엄이 양 국의 역사문제를 풀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열쇠임을 알고 구성원 모두가 학자로서의 양심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 조국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자존심을 견지하면서도 학문적으로 상대방을 깊이 신뢰하고 존경하는 모습은 가히 두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라 부르고 싶다. 이런 우정이라면 언젠가 한국과 일본을 '가깝고 가까운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마저 갖게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심포지엄이 새로운 10년을 향해 힘찬 재출발을 했지만 여전히 산적된 한일 역사문제를 해결하려면 제2, 제3의 한일역사심포지엄이 나와야 할 것이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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