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12일 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화물연대가 대체 수송 거부를 선언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 노조가 지난 17일 밤 파업을 전격 철회하면서 철도 노조 파업동력이 다소 주춤해질 기미도 있었으나 19일 현재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파업에 대비해 철도 화물 상당 부분을 육상운송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조합원 1만 여명에 이르는 화물연대가 대체 수송을 거부하면 정부의 화물 수송 동맥은 마비돼 버린다.

다급한 정부와 코레일이 파업 복귀자들을 화물열차에 긴급투입하고 있지만 운행율은 평상시에 비해 4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파업 대비 비축 시멘트 5일분, 석탄 17일분, 유류 5일분도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건설업계도 당장 피해가 우려된다. 벌여 놓은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철도로 공급되는 시멘트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컨테이너 운송 피해도 예상된다. 수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해외로 내보낼 물량이 연말에 많이 몰리는데 이를 제대로 수송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꼴


철도노조 파업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전반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으로까지 치닫는 낌새가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진보·보수단체의 성명이 쏟아지고 정치권도 연일 해결실마리를 찾는 노력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논평이 나오고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같다.

누굴 위한 성명이고 누굴 위한 정치인가. 강경론자들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0년대 초 항공관제사 파업 때 노조원 70%를 해고하는 강경책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킨 점을 들며 방만경영의 공기업들 개혁을 주문한다. 영국병을 치유한 마가렛 대처 총리가 광산노조 파업을 1년 넘도록 버티며 결국 국영광산개혁을 이끌어 낸 사례도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30년이 넘게 흐르며 지식기반 사회에서 접목하기는 무리다.


-경제가 돌아가야 파업도 한다


코레일 노조는 방만한 공기업이 개혁하지 않고는 엄청난 부채를 갚을 수 없는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파업으로부터 제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이성을 찾아야 한다. 부채 17조원에 부채비율 400%를 넘는 코레일이다. 지난해에만 6000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민영화 반대가 파업 명분이지만 임금 6.7% 인상을 위해서가 아닌지도 의문이다. 누가 뭐래도 물류 대란을 볼모로 노사가 대립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아무 명분이 없다. 정부와 철도노조는 철도운송부터 정상화시키고 대화를 시작하길 바란다. 국가경제가 돌아가야 갈등도 있고 파업도 할 수 있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前 국민권익위 대변인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