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첫날을 맞는다. 내 발걸음은 여지없이 또 하나의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으로 말(馬)처럼 내달렸다. 독자들께서야, 가족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뭐 이리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사정을 듣고 보면 나름 공감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다. 말은 12간지의 일곱 번째 동물로서 시각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한다. 시간·방향·계절로 보나 밝음과 상승하는 기운을 상징한다.

이와 더불어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탄력 있는 근육, 윤기 도는 갈기, 거침없이 내달리는 순발력 등 말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이다. 이런 말의 해를 맞아 여러분들이 첫 해를 가족과 함께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이야기할 때 나는 집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내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우리 성덕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이처럼 나는 두 집 살림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갑오년 첫 해가 뜨기 전 아내를 산남동 집에 홀로 남겨두고 또 다른 가족들이 살고 있는 성덕원으로 말처럼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내 처지를 소상히 밝히는 까닭은 나의 이런 용단(勇斷)을 통해 우리 성덕원 가족들이 어떤 분들인지 정확히 알려드리고 그들이 갑오년 말띠 해를 맞아 더 건강하며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성덕원은 노숙인 재활시설이다. 청주시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요보호 노숙인들을 개인 동의 절차 후 입소시켜 보호해주는 사회복지 생활시설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청주는 물론 충북도내에서 발생되는 18세 이상 노숙인들을 자기 동의 절차를 거쳐 시설에 입소시켜 그들을 보호하고 재활을 돕는 전문적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현재 성덕원 생활인들은 90여 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성인임에도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아픈 사연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멸시와 수모를 감내해 온 분들이 부지기수다. 마음속에 셀 수 없이 많은 아픔들을 갖고 내게로 와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나는 새해 첫 날 그들에게 달려가며 올 한 해도 상처 받고 아픔을 간직한 그들의 행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더불어, 이런 내 결의를 온전히 실행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를 바란다. 올해에는 산남동 집과 성덕원, 두 집 모두에 행복과 사랑이 넘쳐나길 소망해 본다.



/민병석 성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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