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몇 번 다녀왔다. 처음 방문 때 가이드가 웃으며 질문했다. 중국 북경 거리 관람 중 "저기 사거리 우리 바로 앞 승용차끼리 사고나면 사고처리에서 누가 이길까요?" 답은 '빽이 더 있는 자가 무조건 이긴다'는 것. 몇 년 후 두 번째 방문에서 같은 질문을 하는데 이때는 '돈을 먼저 준 사람이 이긴다'가 답이었다. 세 번째는 이런 질문 자체가 없어졌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것을 뛰어 넘어 참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의 병폐는 아직 존재하고 차원만 다르다. 옳고 그름 판단이 아니라 무조건 자신의 편을 지지한다. 일부 기관과 충북도의회, 일부 언론사까지 내 편들기에 급급한 행태를 엿볼 수 있어 매우 애석하다. 유년시절을 진천에서 다 보낸 홍순규 전 원장의 진천단설유치원에 대한 신문기고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망설이다가 표현의 자유로 신문 기고란 호롱불에 작은 불 밝혔는데 여기에 성명서란 휘발유를 뿌린 행위가 분명하다. 군대에서 폭파를 많이 해 본 필자가 보기에 홍 전 원장이 짧은 기고로 도화선을 깐 것은 맞다.

이에 '엄중 문책하라'는 도의회의 성명서 발표는 도저히 납득 안 가게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다. 예기치 않은 폭발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후 성숙한 이성으로 대처했기에 폭발이 없어 다행이다. 기고문이란 표현의 자유에 올바른 표현의 자유로 맞대응 해야지, 감정적 대응은 잘못이다. 이제 와 누구를 탓하겠는가. 교육적 철학을 담은 소견을 신문에 기고했는데 성명서로 대응하고, 나아가 강력히 처벌하라는 고함은 표현의 자유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고함을 치는 도의원을 보며 제대로 갑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 분명 갑과 을 관계가 아니다. 또한 교육공무원은 도의원 자신의 아랫사람이 아니다. 교육공무원 역시 국가를 대신해서 학생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도민의 일원이다. 상호 관계가 좋거나 같은 편이면 이렇게 대처했을까. 한낱 신문기고에 발끈해 '어디 감히 교육자 나부랭이가 도민 대표인 도의회 권위에 토를 달아'란 감정적 대응에 일말에 아쉬움이 남고, 만사 신적 존재가 아니기에 쓴 소리에 귀 기울임이 꼭 필요하다. 언론에 보여진 부교육감에 대한 의원의 고함은 너무 지나치다.

뭐 한 놈이 성내는 꼴로 보일 수 있음을 같은 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도민의 대표는 당연히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존경은 다수의 도민을 위해 존재할 때 자생적으로 나온다. 필자가 몇 번 참관한 행정감사에서 도민을 대표한다는 일부 의원의 태도는 도가 지나쳤다. 행정감사 대상자도 모두 도민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임을 잊고 있다.

도민 대표인 도의회의 존엄성을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다. 필자 역시 도민의 대표가 대우 받고 존경 받길 기대·기원하고 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진정으로 존경 받는 도의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갑오년을 맞아 상호 보다 신중하고 충북도민을 위해 마음을 함께 했으면 한다. 도민 모두 청포도 익어가는 6월 4일을 기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성낙수 시인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