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계 "친노 물러가야"..친노 "단합이 중요"

당의 진로와 쇄신방향을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내부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노무현 책임론'을 둘러싼 친노-비노그룹간의 인책공방이 서서히 지도체제 논란으로 번져가는 조짐이다.

논란의 중심축은 당 대표를 추대하느냐, 아니면 경선으로 뽑느냐이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총선용 얼굴'을 누구로 내세울 것이냐의 논란이지만 이면에는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의 날 선 이해대립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합의 또는 호선을 통한 추대론이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의 분란은 당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란 위기감 속에서 추대 쪽으로 계파간 '침묵의카르텔'이 형성돼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미묘해지는 흐름이다.

정동영계와 가까운 김한길 그룹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 대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어물쩍 총선체제로 넘어갈게 아니라 대선패배의 원인과 당의 진로를 놓고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여 리더십을 새롭게 세워나가자는 논리다.

특히 친노세력과의 선명한 노선투쟁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친노와의 결별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상돈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노무현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어정쩡하게 넘어가기 보다는 확실히 논쟁을 해야 한다"며 "노무현의 그림자가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김한길 의원계 의원은 "손학규 전지사와 강금실 전장관 추대론이 나오는데 손 전지사는 한나라당 출신이고 강 전장관은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한 사람이아니냐. 이번에 확실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김한길 그룹의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김원기, 문희상 의원과 같은 중진들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선론에는 김한길 그룹 외에 정동영계 일부와 김근태계 일부 등 주로 비노 진영이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지금이 또 싸울 때냐"며 합의추대론 내지 호선을 통한 추대론을 펴는 의견이 여전히 세를 이루고 있다. 과거처럼 또다시 실용-개혁 논쟁식으로 소일하다가는 당이 거듭나기는 커녕 아예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작동하고 있다. 친노진영의 한 의원은 "지금은 단결과 단합이 중요하다'며 "경선으로 가면 사분오열되고 자칫 내부 구심점을 잃어버릴 경우 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대론에는 친노그룹과 중진그룹, 초.재선그룹 일부, 비노 진영 가운데손학규 그룹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 손학규 그룹과 초.재선 386 그룹은 손학규 전지사를 추대대상으로 꼽고 있으며 친노그룹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장관, 중진그룹은 정세균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들 계파의 전략적 이해가 걸려있다. 특히 친노그룹의 경우 '노무현 책임론'이 제기되는 현상황에서 노선투쟁을 벌일만한 여건과 환경이 조성돼있지 못하다. 손학규 그룹은 비노 성향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선을 치를 만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합의추대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도체제 방식과도 연결돼있다. 추대론자들은 6개 계파가 서로 지분을 안분하는 집단 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경선론자들은 경선을 치러 이기는 쪽이확실히 당권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단일 지도체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초.재선 386그룹 사이에서는 손 전지사를 합의추대하되, 단일 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386 의원은 "답은 손학규로 나와있고, 힘을 뭉쳐서 돌파하자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당 주변에서는 현시점에서 추대론이나 경선론 모두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합의추대론은 조기에 조직 내부를 정비하고 총선체제로 갈 수 있지만 과연 '물갈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게 의문이다.

그렇다고 경선으로 가는 것은 또 다시 제살 깎아먹기식 노선투쟁으로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주는 동시에 당의 분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또 기존 열린우리당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카드를 현재 신당내에서는 찾기 힘들다. 한 상임고문은 "경선한다고 그러면 국민이 웃긴다고 할 것이고 추대를 해도 웃긴다고 그럴 것"이라며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된다"고 털어놨다.

신당은 23일 오후 당산동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지도체제 문제를 논의해 그 결과를 24일 오전 의원총회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논의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신당내 충청권 일부 의원들이 당내 수습상황에 따라 당을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의원은 "지지자들 중에서 '신당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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