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기자들과 질의 응답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취임 후 최초였다는 수사를 언급하고 있기에는 대통령의 말대로 1초가 아까운 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흐름이 구한말 열강의 세력다툼 속에 놓였던 우리나라의 그때와 비슷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이리라. 최근 빚어진 방공식별구역 논란,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평화헌법 폐기를 위한 일본의 집요한 노력 등의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로 통일과 경제를 언급했다.

통일에 대해서는 대박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표현을 써가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통일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동북아의 공동 번영과 세계평화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한 통일비용의 다과를 떠나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고 경제가 실제로 대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측면과 이산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김정은의 집권과 장성택의 처형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상황은 통일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한다.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절차를 재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남북관계의 첫 단추로 활용하고자 함은 어쩌면 북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이를 위한 추진 전략으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조성,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수립, 내수를 활성화해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있는 경제를 제시했다. 경제 살리기는 집권 기간 치적을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으로 천천히 그 목표를 달성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3년 내 소득 4만 달러 시대 개막 주창은 그래서 조심스럽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 빚 1000조원 시대가 열렸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1년 간 국정 운영에 그리 큰 박수를 보내지 못 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대부분이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 문제에 발목 잡힌 형국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51번이나 경제를 언급했음은 대통령 또한 현재의 상황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자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17일 간의 휴가를 끝낸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도 민생 살리기가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될 전망이라는 보도를 보면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대통령의 희망은 대다수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있고 그것이 국민들의 열망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대통령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국민들은 그 희망에 더해 열망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통일과 경제에 대한 새해 조용한 외침이 국민들의 삶에 온전히 스며들기를 바랄 뿐이다.



/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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