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이석환 차장… 역대 영동지청장 3명도

[충청일보 박성진기자]"이 쯤되면 막 가자는 거죠."

지난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은 당시 토론회에 참여했던 한 소장 검사가 노 대통령의 '청탁 전화' 사실을 얘기하자 노 대통령이 발끈해 뱉은 말이다.

청주지검이 당시 노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했던 평검사들과 유난히 인연이 많다.

10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16일자로 청주지검 차장으로 부임하는 이완규 검사(사법연수원 22기)는 당시 토론회에서 정치권이 검찰 인사에 관여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는 제청권의 검찰총장 이관에 대해 세계에 유래가 없다"고 하자, 이 검사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그 동안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제청권, 즉 실질적인 인사권을 갖고 정치권의 영향력이 수없이 검찰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폐해가 있었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검사는 2011년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 재직 때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총장을 비롯해 지휘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 검사는 그 해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했었다. 이 검사는 검찰의 대표적인 이론가로 뽑힌다.

2012년 청주지검 차장을 지낸 이석환 검사(21기) 역시 토론회에서 "여권 실세가 SK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특히 청주지검 영동지청장에는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던 검사 10명 중 3명이 거쳐갔다.

당시 토론회 때 노 대통령의 '청탁 전화' 사실을 얘기해 노 대통령이 "이 쯤되면 막 가자는 거죠"라는 말을 하게 한 김영종 검사(23기)는 2008년 영동지청장을 거쳐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김 검사 외에 2006년 허상구 검사(21기)와 2009년 김윤상 검사(24기)도 영동지청장을 거쳐 검찰 내 주요 보직을 연이어 꿰차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대전지검 홍성지청장으로 부임한 허 검사는 노 대통령에게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 만큼 검사들의 말을 들어달라"고 주문하며 당시 토론을 주도했다.

이 토론회 직후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강하게 펴는 사람'을 빗대서 '검사스럽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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