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살면서 세 번의 정년이 있단다. 첫 번째는 타인이 정해주는 고용의 정년, 두 번째는 스스로 정하는 일의 정년, 세 번째는 신이 정하는 인생의 정년이 그것이다. 요즘 필자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고용의 정년이후의 삶에 걱정이 많은 듯하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연령대별 100세 도달 가능성이 남녀 평균으로 따지면 1945년생은 27.9%, 1958년생은 45.8%이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를 인정한다면 베이비부머 끝자락에 있는 필자도 큰 병에 걸리거나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100세까지 힘겹게 살아 내야(?) 할 가능성이 거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내 인생 설계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복병 '장수리스크'이다. 국내 한 은퇴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수도권 베이비부머 세대 1가구당 총 보유자산액은 5억 4000만원이고 평균 부채는 6000만 원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집값이 4억 6000만 원이라 집값을 제외하면 수중에 가용한 돈은 2000만원 뿐이란다. 경제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라 후반 인생이 길어지면서 홀로 보내는 시간을 건강하게 즐기려면 '고독력'이 필요하여 50대가 되면 혼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한다. 사실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하지만 아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혼자 먹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고독력이 인생 100세를 살아야만 하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삶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이 능력은 배우자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꿋꿋하게 홀로 살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필요한 능력은 아내로부터 독립해 생활 할 수 있는 능력이란다. 많은 남성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아내와 정겹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만의 생활을 누리느라 바빠서 예전처럼 남편을 돌보려 하지 않는단다. 또한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 하더라도 종일 같이 지내다보면 상대의 단점만 자꾸 보여 짜증이 나고 결국 부부싸움을 하게 된단다. 남편의 경우 은퇴 후 아내와 함께 행복하고 여유 있는 부부만의 시간을 꿈꾸지만 아내는 가정으로 부터의 자유를 꿈꾼다고 한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와의 평화로운 부부생활을 원한다면 아내 없이도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능력과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만들어 놓아야 한단다. 이를 위해서는 재취업을 해서 수입을 얻든가, 자아실현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든가, 건강을 위해 체력단련이나 취미생활을 하든가, 아무튼 최대한 아내로부터 독립해 생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놓아야 한단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 또래 주변 사람들이 각종 SNS에 열광하는 이유가 노후를 대비한 인적 네트워크 공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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