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의 해오름을 보면서 소원을 빌겠노라고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적지 않은 시간들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이럴 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은 세월이 정말로 빠르게 흘러간다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시간 그 자체는 빠른 것도 없고 느린 것도 없이 언제나 일정한 것이 분명한데, 우리의 감정이 그것을 빠르다거나 더디다는 시간의 거리를 두고 그렇게 느끼는 것임에 틀림없다. '벌써' 라고 느끼는 우리의 감정에는 빠르다고 느끼는 시간의 거리만큼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벌써라고 느끼는 아쉬움과 반가움의 만감이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아쉬움을 반가움으로 바꾸는 것은 자기자신의 마음가짐이 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일의 실패에 대하여 술잔을 기울이며 한탄하거나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실패를 발판삼아 자신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질 시간이 빨리 올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 시간의 거리는 '벌써' 라는 아쉬움이 아니라 '이제야' 혹은 '드디어' 라는 더딘 시간의 반가움을 말해 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오늘'이라는 시간이 항상 시작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오늘이라는 시간이 오늘의 현실이며, 오늘의 현실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이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나칠정도로 넘치는 반가움이나 아쉬움도 오늘의 순간이지 내일의 미래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기쁨에 자만하면 내일의 아쉬움으로 곧장 이어질 수도 있으며, 아쉬움에 대한 반성이 심오하고 크다면 내일의 기쁨이 오늘부터 보장되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문득, '인간만사 새옹지마' 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이 말은 중국 국경 지방의 한노인이 기르던 말에서 비롯됐다.

내용인즉,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갔을 때 주민들이 노인에게 위로를 했고 도망갔던 말이 암 말 한필과 함께 돌아왔을때는 축하를 했으며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마하며 다리가 부러졌을 때는 다시 위로를, 그리고 부러진 다리 때문에 아들이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을때는 부러워했다는 내용으로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단지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을 가지고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떤 일의 목표에 도달했건 못 했건 그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이나 현실 바로 그 순간이다. 따라서 목표에 도달했느냐 못 했느냐에 대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 팔자 시간 문제'라는 말이 있다. 목표에 도달했다면 오늘을 출발점으로 재충전하여 전진해야 할 것이며, 목표에 도달하지 못 했다면 오늘이 재도전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아쉬움과 반가움을 떠나 지금의 현실을 항상 '오늘이 시작'이라는 성실한 태도를 갖고 생활의 좌표로 생각한다면 2014년 갑오년도 더욱더 희망적이고 보람찬 한 해가 될 것이다.



/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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