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위 전면교체-인적 청산론 주장

대통합민주신당 초선 의원들이 25일 당 해산에 준하는 전면적 쇄신과 재편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신당이 거센 대선 참패 후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초선의원들이 25일 오후 당사에서 당의 전면적 쇄신을 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성명서에서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특히 이들이 지도부 총사퇴와 쇄신위 재구성을 요구하는 한편으로 참여정부 시절 당.정.청 및 국회 핵심 요직을 지낸 당내 중진들의 백의종군을 촉구하는 등 인적청산론 카드를 전면에 꺼내들면서 과거 민주당 시절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주도한 '정풍운동'에 이은 제2의 정풍운동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내 초선의원 18명이 발표한 이날 성명에는 쇄신위의 현 구성대로라면 최고위원회-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 종속된 채 제대로 된 쇄신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재 쇄신위의 정치인 구성은 386 의원인 오영식 임종석 이인영, '김한길 그룹'의 노현송, 정동영계의 민병두, 중립지대의 이목희 박병석 김교흥 의원과 심재권 전의원 등 '친노'를 빼고 계파간 안배가 배려된 듯한 모습이며, 여기에 시민사회 출신인사들이 대등한 규모로 합류하게 된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 지도부 사퇴와 이에 따른 비대위 등 비상체제 가동,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당.정.청과 국회에서 핵심 역할을 한 상당수 중진의 백의종군까지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섰다.

당의 정치적 해산까지 각오하는 사즉생의 각오로 몸을 던져 싸우지 않는 미봉책으로는 총선에서도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초선에도 책임이 있다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중진 등 책임있는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요구까지 염두에 두고 압박수위를 높여가면서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인책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이들 중 상당수는 중진 뿐 아니라 내심 '386 책임론'을 제기하는 분위기여서 책임론의 범위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성명을 주도한 의원들 가운데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우호적인수도권 그룹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들이 주장하는 인적 쇄신론이 '손학규 대안론'과 일정부분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당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대선이 끝났어도 큰 뜻을 이루려는 내 꿈은 쉼 없이 커질 것"이라는 지난 22일 신당 전북선대위 해단식 발언을 놓고 "후보로 나선 사람으로서 책임 지는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론이 퍼져가고 있는 것.

'손학규 합의 추대론'에 무게를 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동영 책임론'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정동영계 핵심의원은 "김한길 그룹과 우리를 연관짓지 말라"며 "전대에서 어떤 개입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신당은 오후 당산동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쇄신위 산하에 대선평가소위를 구성, 빠른 시간내에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한 뒤 이를 토대로 구체적 쇄신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김호진 위원장은 "쇄신을 위해선 우선 당에 속한 모든 사람, 특히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리는 용기와 허물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구 여당은 다수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눈치 보느라 할 일, 할 말을 못했다. 급조된 가설정당의 한계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백지상태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적 쇄신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선거공천의 혁명적 조치를 통해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의원도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은 물론이고 당 대표, 대통령 후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통렬한 반성위에 출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회의 시작 당시 이목희 민병두 박병석 의원과 정대화 교수 정도만 참석,김 위원장이 "의원들이 이렇게 안 나오면 쇄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언짢은 기색을 표출하는 등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또한 쇄신위 진용에 대한 당내 불신임 기류가 엄존하는 가운데 쇄신 작업 자체가 제대로 힘을 받을지도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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