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자 "국보위 경력 흠 될 것 없다"...非정치인 여성계 대표인사 고려한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한 데는 여러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통령 당선자로서의 첫 인사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가 향후 5년간 단행할 수많은 인사의 큰 방향과 국정운영 스타일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가가나오고 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발탁 배경 = 이 위원장은 대학가의 대표적인 ceo(최고경영자)형 총장이자 개혁총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형식보다는 일과 실적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 당선자의 'ceo형 지도자 리더십'과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94년 3월 총장에 취임한 이후 교수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4번 내리 연속 당선되면서 최장수 총장 기록을 세웠고, 학교발전기금 1천억원 모금 공약을 개교 100주년인 지난해 달성하면서 숙대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양성기관으로 발돋움시킨 것이 높은 점수를 샀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장이 비(非)정치인이라는 점과 함께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사라는 점도 비중 있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후보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으나 참신성과 개혁성, 상징성을 모두 갖춘 인물로 이 위원장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 당선자는 측근들이 당 장악 및 정권 초반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중량감 있는 정치인 인수위원장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처음 꺼내든 '이경숙 카드'를 꺾지 않았다.

인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과거 신군부 시절 국보위 입법위원 경력이 논란이 됐지만 이 당선자는 '4차례나 총장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는데 그게 무슨 흠이냐'며 측근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실용주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키워드는 '변화'와 '실용' = 이경숙 인수위원장 발탁 배경을 통해 본 이 당선자의 국정구상 첫번째 키워드는 '탈(脫)여의도' 정치를 통한 '변화'와 '실용'으로 집약된다.

이 당선자는 선거전 내내 '여의도 정치를 확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고, 첫 인사부터 파격과 과단성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권 인수 작업과 함께 새 정부 향후 5년의 국정 밑그림을 짤 인수위 수장에 비정치인, 그것도 여성을 발탁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변화상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는 지적이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이번 인사는 여의도식 정치논리보다는 실무적, 실용적 차원에서 국정을 바라보고 있는 이 당선자의 색깔을 드러낸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감에 있어 탈여의도와 실용 정신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인수위의 전체적인 조직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대강의 얼개만보더라도 변화의 조짐이 묻어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원칙과 달리 산하 7개 분과위의 간사를 대부분 전문성을 갖춘 40, 50대 젊은 의원들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맡기고, 그 밑그림을 토대로 새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대운하와 정부개혁 등 주요 역점과제를 역동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산하 외국인투자유치팀의 수장에 외국인전문가를 앉히려는 것도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성과 정무기능 적절 조화 = 이 당선자가 인수위를 '비정치인 위원장-정치인 부위원장' 체제로 가기로 한 것은 변화라는 키워드에 전문성과 정무적 기능을 적절히 배합한 것으로 보인다.

상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인수위원장에 기용하되 집권 초반의 안정적 국정운영 토대 마련을 위해 '당'과 '정책'을 잘 아는 중진 의원을 부위원장에 앉힘으로써 비정치인 인수위원장을 적극 보필토록 한 것이다.

인수위 실무기구도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고려해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 정치인 출신을 가급적 배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학자.전문가 위주의 인수위는 실패하기 쉽다는 당 지도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7개 분과에 핵심 의원들을 배치키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학자와 전문가를 대거 배치하면서도 업무 추진력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현역의원들을 포진시키기로 한 것.

핵심 당직자는 "이 당선자가 인사를 단행하는데 있어 자신의 색깔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히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당선자가 앞으로도 변화와 실용, 전문성과 정무적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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