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기득권 장벽..실행 미지수

17대 대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범여권이 또 하나의 빅매치인 내년 4.9 총선을 앞두고 한 목소리로 '공천혁명'을 승부수로꺼내들었다.

대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도 여세를 몰아 보수 대세론과 정권 안정론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범여권이 참신한 정치신인 영입을 통한 '공천 물갈이'를 당 쇄신작업의 전면에 내세워 돌파구를 찾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인재풀의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점쳐지는데다 기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선 참패로 당 전체가 위기감에 휩싸인 대통합민주신당 안팎에서는 24일 의총을 계기로 공천혁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표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외부 인사를 대거 스카우트, 전국구 프리미엄을 인센티브로 제공하거나 새 지도부에서 활동할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외부 수혈과 당의 쇄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자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인재영입위원회를띄워 외부인사들을 전국구 몫 등으로 빨리 모셔와야 한다"며 "사람을 잘라내는 방식보다는 더해가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당의 면모도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내 공천혁명론은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거나 총리나 장관을 지낸 이들이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친노그룹 2선 후퇴론과도 맞물려 있다.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진과 원로그룹, 비례대표 의원 등이 본인이 선호하는 지역 출마를 고집할게 아니라 당이 요구하는 대로 어려운 지역에서의 출마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병두 의원 등 정동영계 핵심 비례대표 의원 일부는 이명박 당선자 측근들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적진에서의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연장선상에서 2004년 4.15 총선 당시 탄핵 역풍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재선의원인 김문수 의원(현 경기지사)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내세워과감한 공천 대수술에 나섰던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민주당도 이날 오전 당쇄신특별위 4차 회의를 열어 인재영입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조만간 인재영입위를 설치키로 하는 등 총선 체제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존립기반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호남 지역구를 독식하다시피한 신당 의원들에 대한 교체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 있는 외부 인재 확보에 성공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강세지역인 호남을 중심으로 당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대표주자들을 1월 중 전략공천을 통해 조기에 발탁한다는 전략이다. 또 호남 이외에선 전국구 영입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고리로 한 신당내 김한길 그룹과 창조한국당과의 연대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민석 당쇄신특별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총선에서 활로를 찾으려면 공천혁명이 필요하다"며 "호남 총선구도는 '포스트 노무현, 포스트 신당, 포스트 김대중'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물갈이 공천을 통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체제가 재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쇄신위 회의에서는 "당선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천위 절반은 국민을 심사위원으로 하는 국민공천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민노당 내부에서는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아예 정파별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말자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민중.민주파'(pd)의 최대 그룹인 '전진'은 지난 23일 회의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당 혁신에만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파'(nl)의 최근 회의에서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우지 말자는 의견이 일부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창조한국당은 당 발전대책위 산하 총선준비단을 중심으로 인재 영입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총선준비단은 별도로 최고위원급을 단장으로 하는 외부인사영입위를 운영키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총선 후보 발굴과 전략 수립을 병행할 예정이다. 창조한국당은 이번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득표율이 높게 나온 수도권 지역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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