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한 '남북 캘린더'.."남북관계 특수성 무시돼선 안돼"

남북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후속조치 등으로 통일부 당국자들이 여느 때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 이명박 정부 출범에 따른 대북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과 부처 조직개편설 등으로 난감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성탄절인 25일에도 조선.해운협력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 개막(부산), 금강산 관리위원회 설립 관련 실무 접촉(개성), 경공업 원자재 제22항차분 출항(인천) 등 남북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여러 회의와 행사들을 관장했다.

이어 28~29일에는 '갈등의 바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는 남북 정상의뜻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1차 회의가 개성에서 열린다.

이처럼 10월 남북정상회담과 11월 총리회담의 구체적 합의 사항들이 바삐 이행되고 있지만 새 대통령 취임 후 남북간 합의 사항들이 흔들림없이 이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일각의 회의론 탓에 당국자들의 마음은 편하지 만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가 20일 회견에서 "남북협력도 실용주의적으로 하겠다"고 언급한데서 보듯 새 정부가 합의 사항을 '실용정신'에 비춰 선별적으로 이행하려 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면서 "사실 이행 단계에 들어선 남북간 합의 사항들은 안보 논리 보다는 경제적 논리가 많이 반영돼 있다"고 말해 당선자의 '실용주의'가 합의사항 이행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기를기대했다.

당국자들을 심란케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이 당선자가 추진할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통일부가 총리실 산하의 남북교류협력처 등으로 개편되거나 외교부의 한 조직으로 통합되는 식으로 위상과 규모가 바뀔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다.

실제로 통일부가 이 당선자의 소속 정당으로부터 '대북 퍼주기'의 주무부처로 여겨져 온 탓에 지난 10년간의 대북 정책과 선을 그으려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손 보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통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아직 당선자가 각 부처 업무 보고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수위가 꾸려지고 부처의 역할과 존치 필요성에 대해 당선자에게 설명을 하면 이해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난 5년간 남북관계가 발전하면서 통일부도 옛날 통일부로 볼 수 없게 됐다"면서 "통일은 헌법적 명제라는 점, 그리고 외국과의 관계와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무시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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