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책꽂이 하나쯤은 보일 것이고 그 책꽂이에는 수십에서 또는 수백 권의 책들이 꽂혀 있을 것이다. 과연 그 꽂혀진 책들 중 완독한 책은 몇 권이나 될까? 필자는 오늘 오후 방안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완독한 책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았다. 창피한 얘기이지만 읽다가 중반을 못 넘기고 읽기를 중단했던 책들이 대부분 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나만의 게으름 때문일까 생각해 보았다. 일반적으로 일을 시작할 때 사기충천했던 동기는 서서히 감소하여 목표 달성도가 중간인 50%쯤 되면 그 목표달성을 위한 동기는 가장 낮아진다고 한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면서는 목표를 이루고자하는 동기는 다시 점점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목표 달성도가 중간 정도에 이르렀을 때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책읽기로 돌아와 보면 처음 책을 읽을 때는 1페이지부터 지금까지 읽어낸 책의 양에 집중을 하게 되고 그래서 10페이지쯤 읽은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분의 1의 양으로 많다고 느껴져 뿌듯해 하며 1페이지씩을 읽어 나가는 반면, 100페이지쯤 읽은 다음에 읽는 1페이지는 100분의 1의 양으로 적게 느껴져 상대적으로 독서에 대한 성취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책을 읽는 성취감이 점점 떨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완독하는 목표를 포기하게 되고 만다고 한다. 많은 책꽂이에 중간쯤 읽다만 책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시기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중반 이상을 지나면 목표달성도를 인식하는 기준이 앞으로 얼마를 더 읽으면 다 읽게 되는 지로 바뀌어 앞으로 읽을 양이 100페이지라면 다음에 읽는 한 페이지는 100분의 1의 적은 성취감을 주지만 앞으로 읽을 양이 10페이지이라면 다음에 읽는 한 페이지는 10분의 1의 상대적으로 많은 성취감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수록 완독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게 된다. 이런 사례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심리를 잘 이해하고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의 수행에서 중기에 이르면 원래의 목표를 몇 개의 작은 목표로 나누어 목표달성에 임하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책을 읽다가 중간쯤 와서 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지면 앞으로 10페이지만 더 읽고 그만두자라고 맘 편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담 없는 작은 목표를 세움으로써 완독에 대한 열정의 동기가 바닥을 치는 순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중반쯤 왔다면 그리고 더 이상 읽을 의지를 잃었다면 앞으로 10페이지만 더 읽어보자고 나 자신을 달래보는 건 어떤가.



/심완보 충청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