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뒤늦게 오답 논란을 빚은 과학탐구 영역 물리ⅱ 과목 11번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복수정답을 인정하지 않던 교육평가원이 학생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자 한발 후퇴한 것이다. 복수정답을 인정함에 따라 이미 성적표가 나온 상태에서 성적을 재채점해 다시 배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올해 수능에서 물리ⅱ를 선택한 수험생은 1만9597명이며 이 가운데 복수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바뀌는 수험생은 100여 명이다. 특히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는 수험생은 50여 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평가원은 등급이 상향조정되는 수험생에 한해 성적을 재채점한다는 방침이며 교육부는 등급이 바뀐 수험생들이 다시 원서를 낼 수 있도록 25, 26일 마감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을 28일로 늦춰줄 것을 대학에 요청키로 했다.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수시모집의 경우는 복수정답 인정으로 합격 여부가 뒤바뀌는 응시생들을 추가 합격시키도록 각 대학에 요청했다.

그러나 물리ⅱ 과목의 복수정답 인정으로 일부 수험생들은 등급이 올라 구제를 받게 됐지만 이로 인해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학탐구 영역의 다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상위 등급 학생이 많아지는 물리ⅱ 선택자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될것이다. 이에 따라 물리ⅱ의 등급이 상향 조정된 수험생들에 한해 정시전형을 정원외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이 이의를 제기한 초기에 평가원이 문제를 인정하고 정답을 두개로 처리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았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가원은 수험생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됐을 때 이를 묵살하고 교사들이나 한국물리학회에 문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물리학회가 정답이 2개가 된다고 공식적으로 지적했을 때도 고등학교 교육 과정 범위와 내용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었다.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해 이처럼 엄청난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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