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보자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004년 3월이니까 꼭 10년 전이다. 충북에 100년만의 폭설로 많은 건축물이 붕괴되고 사상자가 났다. 그 중 교육시설인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연구동과 전시동 연결통로 지붕이 내려앉고 유리창 수십 장이 파손돼 8개월 동안이나 폐쇄했다. 직원들 출근 전이라 사상자는 없었지만 지금도 생각만 하면 가슴을 쓸어낸다.

어디 그뿐인가. 심한 강풍에 학생수영장 지붕 처마 끝 치장 마감재인 후래싱이 탈락되기도 했다. 처마홈통 주변 후래싱 탈락으로 수영장 내부 열 손실은 물론, 습한 열기로 인한 결로현상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경주 리조트 체육관도 지난 100년간 경주의 최대 강설량이 전국 최저 수준(20㎝)이라는 기상청 통계를 바탕으로 정해진 건축물 하중 기준은 지붕 1㎡당 51㎏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고 당시 리조트 체육관의 지붕 1㎡에 100㎏ 가량의 눈이 가중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 100년간 이 지역에 내린 최대치(20㎝)보다 15㎝ 가량 더 쌓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잦기 때문에 '제2의 경주참사'를 막으려면 서둘러 하중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아울러 제설작업 등 안전매뉴얼을 준수하도록 하는 행정조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분별한 샌드위치 패널 시공에 있다.

임시 조립식 패널 시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용이하고 값이 싼데다 공간 활용 면에서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건설현장은 물론 물류창고와 종교시설, 중소형 공장, 심지어는 학교 강당을 지을 때도 위험한 조립식 패널 공법이 무차별 이용되고 있다. 이번 경주 리조트 체육관에는 사람을 많이 수용하기 위해 '피이비 공법(PEB·Pre-Engineered Building)'이 적용됐다.

철구조물(Z형강)과 플랜지(접합부위) 및 외벽 두께를 최소화, 내부에 기둥을 세우지 않아도 되므로 대규모 학생 유치 등 공간 활용 면에서 매우 좋다. 그러나 천장이 높아 강풍에 의한 횡력과 폭설에 의한 종력 하중에 매우 취약하다. 또 지붕에 가중되는 각종 설비나 에어컨 실외기 설치 시 지붕 무게를 증가시켜 붕괴 위험이 높다.

일부에 좌굴이 생기면 샌드위치 패널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도미노 식 붕괴로 이어지는 취약성이 있다. 이를 위해 에이치(H)빔 철골형강을 외벽 기둥재로 대체, 안전하게 조립식 패널 시공을 하기도 하지만 공사비 추가로 업체에선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의 원흉이었던 '피이비 공법'은 학교 다목적실 등 공공시설에 많이 이용되고 있어 시급히 전국적인 '정밀구조안전진단'이 필요하다.

의사가 집도를 잘못하면 한 사람을 죽이지만 건축이 잘못되면 수십, 수백,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매뉴얼에 의해 안전점검을 생활화 하는 선진시민이 돼야 한다. 지금도 경주리조트 붕괴 참사에서 560명중유명을 달리한 10명의 대학생과 중경상을 입은 105명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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