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의 관문인 시택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가방을 찾기 위해 짐 찾는 곳에 서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개는 갑자기 짐 찾는 곳으로 올라가 가방에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할머니를 가만히 살펴보니 'Volunteer'라고 씌여진 조끼를 입고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됐다.

할머니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자신은 일흔이 넘었고 세관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세관업무를 돕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개는 새끼 때부터 할머니가 키워 온 마약탐색견이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그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원봉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때여서 조금은 특이하게 보이기도 했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이나 교사로 퇴직한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한글을 가르치거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자를 가르치는 등 자신의 직업이나 경험을 토대로 자원봉사를 벌이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충북도내의 각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도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와 일 년 동안 한번이라도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실제 자원봉사자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실적 쌓기에만 열을 올리는 자원봉사단체의 어두운 면으로 보여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충남 아산 도고에서 해비타트운동의 일환으로 열렸던 'JCWP(Jimmy Carter Work Project) 2001'에서 망치질을 하던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일사병으로 쓰러졌다가 잠깐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사랑의 집을 짓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망치질을 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도 "죽을 때까지 망치를 놓지 않겠다"고 밝혀 참석한 기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제 여든이 넘었음에도 매년 해비타트운동에 동참해 진정한 자원봉사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등록된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해야겠다.

이미 등록된 자원봉사자들을 독려해 자원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에 동참하도록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규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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