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알리려는 설중매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뿐인가. 여기저기 힘찬 봄의 날갯짓이 이어진다. 남녘에서도 꽃소식이 들려온지 오래다.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등이 저마다 빛깔을 뽐내며 꽃망울을 터트린다. 삭풍을 이겨낸 벌거벗은 나무들도 대지의 따스한 기운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생기를 찾는 듯하다. 겨울부터 한기가 덜 가신 봄까지 피는 동백도 바람에 흩날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계절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는 인적쇄신의 때도 다가오고 있다.

산도 물도 인간의 마음까지도 파란 생명의 움이 터 새 길을 열어간다. 바야흐로 제6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리해 지역정가에선 시나브로 선거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원 지망생들도 잰 발걸음이다. 크고 작은 모임에 얼굴 알리기는 기본이고 출판기념회와 공약 발표 기자회견 등 저마다 몸집 불리기에 바빠 보인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지역유권자의 관심도 덩달아 고조돼 간다. 입지자들의 출마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선언이 빠른 게 좋은지 늦추는 게 좋은지, 어디서 할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싸움'이 치열하고 선언 풍경도 천차만별이다. 정치개혁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리에는 정책 홍보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나부끼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한테서 문자가 온다. 책 없는 출판기념회를 열어 유권자에 돈 안드는 선거를 호소하는 이색 출마선언도 눈길을 끈다. 머지 않아 유권자들은 지난 선거를 반면교사 삼아 소처럼 묵묵히 헌신하며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민생안정과 국가발전에 전념할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 살림을 챙기고 지역발전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뽑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대선·총선보다 오히려 지역민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훌륭한 정책과 업무추진으로 지역발전 견인차 역할을 한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각종 비리로 중도하차 하거나 독단적인 업무전횡과 무리한 정책남발로 지역에 폐해를 준 지도자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지역 미래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바라건대 새해부터는 갈등과 반목, 시기, 질투, 분열 등 악습들을 벗어던지고 대화·소통·화합·통합의 한마당을 만들어 함께 희망의 노래를 목 놓아 부르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풀뿌리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번 선거는 반드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선거가 돼 봄이 오는 길목처럼 고목등걸같이 마른 나뭇가지에 새 생명이 움터 땀과 열정으로 불살라줬으면 싶다. 4년 동안 이 나라 살림을 맡을 '억척스러운 살림꾼'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가장 먼저 하얀 꽃망울을 터트릴 매화는 혹한을 이겨낸 만큼 향이 더 짙지 않을까. 봄과 함께 새 역사를 여는 선거가 됐으면 싶다.



/김정열 충북도 식품의약품안전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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