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7일간 우리를 함께 뛰고 소리치고 기뻐하고 아쉬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게 했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폐막됐다. 우리에게 잊지 못할 겨울을 선물해준 71명의 대한민국 선수들 덕분에 한 동안 참 많이도 행복했다.

그리고 4년 후인 2018년 우리나라 강원도 평창에서 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별의 아쉬움에 앞서 위안이 되는 것은 아마도 소치 동계올림픽의 폐막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차기 대회를 향한 시곗바늘을 돌리기 시작한 강원도 평창이 전 세계에 4년 후의 동행(A Journey Together)을 약속하는 초대장을 띄웠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 핀 꽃


소치 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얼마 전, 거실의 한 곳에 자리 잡은 이름 모를 꽃이 그림처럼 피었다. 지난 여름 성당 자매님께서 넝쿨로 된 알 수 없는 화분을 하나 주셨고 넝쿨이 약해보이기에 뿌리를 일광(日光) 소독시켜 분갈이를 해주고지지대를 받쳐주었더니 며칠 후 싱싱하게 잎사귀가 뻗으며 잘 자라 주었다. 그리고 늦가을 된서리가 내린다기에 연약한 넝쿨 줄기가 안쓰러워 거실 앉은뱅이 책상위에 화분을 올려두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여덟 장의 보라색 꽃잎을 한 예쁜 꽃이 피었다. 그제야 부랴부랴 이름을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으아리 꽃(Clematis)'이란다. 꽃말도 예뻐서 마음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 고결(高潔)이란다.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 고결


이번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의 경기와 폐막식을 보며 앞으로 참 많은 일들이 회자(膾炙)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선수치고 감동을 안기지 않은 선수가 있었는가. 눈물을 감추려는 어린 여고생부터, 넘어지면 일어나 달리려다 또 넘어지는 선수를 보며 안타까움을 더했고, 그림자처럼 세 명이 한 몸이 되어 경기를 펼치던 팀 추월 경기, 이를 악 물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여자선수까지 그래도 가장 큰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는 것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논란이 됐음에도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 이매진(Imagine)으로 갈라쇼를 마무리 하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김연아 선수가 아니었을까. 예쁜 꽃말이 말해주듯 올림픽 기간 내 거실에 피어 말없이 응원을 해준 으아리 꽃이 '아디오스 여나~!' 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양충석 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