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모임 "당.정 핵심 백의종군해야"

대선 참패의 후폭풍에 휘말린 대통합민주신당내각 계파들이 '인적쇄신' 문제를 놓고 서로 뒤엉켜 난타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 25일 당 해산을 포함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쇄신과 재편을 요구했던 초선의원들은 27일 오전 회동을 갖고 지도부 즉각 사퇴와 참여정부에서 총리, 장관, 당의장,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들의 백의종군을 요구하고 당 지도부가 계파 안배 형식으로 구성한 쇄신위는 쇄신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당을 무력화시키고, 민심을 등지고,
민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 반성하고 참회해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에서 총리와 장관을 지낸 분들과 당에서 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분들에 대해 백의종군을 정중히 요청한다"며"현재 당 쇄신위는 당 쇄신을 논할 자격이 없으며, 쇄신위 자체가 쇄신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백의종군을 요구한 인사들의 범위에는 열린우리당과 신당의 간판 역할을했던 중진 원로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다.

문 의원은 "앞으로 매일 아침 모임을 갖고 지도부 즉각 사퇴와 당.정 핵심인사 백의종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쇄신운동을 하기로 했다"며 "초선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2월 전당대회에서 특정후보를 위한 운동을 하지 말 것을 상호권고하기로 했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워크숍과 서명운동,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을 통해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성명서에 참여한 18명의 초선의원 가운데 이기우 의원이 탈퇴하고 김재홍 우제창 의원이 추가로 참여해 쇄신운동에 나선 초선은 19명이 됐다.

쇄신모임에 참여한 정성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의 상황인식이대단히 안이하다. 대안세력으로 발돋움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그게 될 수 있느냐"며"지도부도 염치가 있다면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말실수 몇번 한 것 말고는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며 정면돌파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이제 앞줄에서 물러나 자숙해야 한다"며 '친노그룹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또 "'무능한 오만'이 노무현 프레임의 본질이다. 이제 노무현 프레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며 "당의 혼돈 상태는 몇몇 실력자나 계파간 타협 정도로 수습될 수준을 넘어섰다"며 전당대회에서 정상적인 경선 실시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초선의원 가운데 문병호 한광원 의원등을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리는 최고위원회에 참석토록 해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사태를 수습할 구심점과 리더십이 분명치 않아 혼란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문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걱정을 드려 죄송하지만 저희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며 "현재의 지지도로는 비호남권이 비상이다. 그동안 당이나 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 당을 위해 밀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한 의원도 "'노무현틀'을 벗어나지 않으면 민주세력의 지지기반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근본적인 쇄신을 주장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초선의원들의 절박한 심경을 이해하지만, 내부 분열이나 파괴적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쇄신위는 금명간 대선 결과를 평가하고 패인을 분석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연말까지 지도체제와 전당대회 진행방식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계획이며, 총선 공천 문제는 내년 1월까지 계속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초선의원들이 인적쇄신을 전면에 내걸고 연일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쇄신위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열린우리당이나 신당이 아이디어만 갖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는데 합의도출이 중요하다"면서 "쇄신위가 출범하는 날 초선의원들이 성명을 낸 것도 일면 타당성은 있지만 그 방식은 과거의 답습"이라고 비판했다.

호남권의 한 의원도 "쇄신을 얘기하는 초선의원들이 성명을 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 해산, 무소속 출마 얘기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고 대단히 위험하다"며 "결벽증을 증명하려다 한나라당에 의회권력을 다 넘겨주겠다는 식의 발상은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막무가내식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동영 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핵심인사는 "예상은 했던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구심점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면 당이 깨지는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리더십 부재로 인한 당의 표류 상황이 길어지면 분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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