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인간이 공동사회를 형성해 그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가치 있는 삶의 양식 및 표현 체계'다. 언어, 예술, 종교, 지식, 도덕, 풍속, 제도 등이 모두 문화에 속한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가 문화를 융성케 해 문화대국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실천 방안의 하나로지난 2014년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그 날은 전국의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모든 문화기관의 입장료를 무료 또는 할인해 주고, 야간 개방과 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한 각 지자체 그리고 문화단체와 협업을 통해 그 범위를 확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정면에는 '문화가 있는 날' 홍보용 현수막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그만큼 강한 실천의지를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문화는 일국의 정신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할 때 가장 먼저 문화를 정복하고자 문화말살정책을 실행한다. 문화가 죽으면 곧 그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의 한민족 문화 말살 행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더욱 쉬워진다. 정부가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려는 이유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각 문화재단은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가족음악회를 여는 등 전에 없는 부산을 떤다. 문화가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한 점의 그림에서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얻을 수 있고, 한 편의 시에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

역으로 문화가 없으면 국민의 정서가 피폐해지고 사회가 메말라가고, 급기야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야기된다. 그러기에 정부는 박물관·미술관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전국의 박물관·미술관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덩달아 학예사가 선호 직업 상위권에 진입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양이 늘어나면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사립 박·미술관의 수준이 떨어져 오히려 문화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 정부는 양질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문화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 만개하므로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경제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정책이 세워지고 그에 따라 투자도 적절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문화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그것에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멀게 느껴졌을 뿐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치르는 전시용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행사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달을 하루 같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이 '문화를 즐기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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