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기업이 학력·학정자격증 같은 '스펙'을 없애고 인성·열정·창의력을 테스트하는 '블라인드(Blind) 채용'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쏟아 붓는 물질·시간적 투입비용은 눈물겨울 정도로 심각하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취직에 필요한 '3종세트'로 학벌·학정토익점수를 들고 있다.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더하면 '5종 세트'로 불리고,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인턴 경력을 쌓아 놓으면 '7종 세트'가 된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대학 졸업자 35명의 이력서를 살펴본 결과, 대졸자 평균스펙을 갖추는데 무려 4269만 원이나 든다고 하니 국갇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스펙 비용 4000만 원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이러한 스펙을 쌓으려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취업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 1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졸업유예'를 한 경험이 있거나 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과반수 이상(53.2%)이 됐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정부와 기업 등에서 스펙초월 채용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로 산업현장에서 직무역량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을 들 수 있다. 한국교통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는 NCS 기반의 교과과정을 도입해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NCS는 학교 이론교육을 줄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교육을 많이 하자는 것에서 출발한 제도다.


- 창의 열정 도전정신을 보라


또 하나 사례는 대학 산학협력 체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도 창의적 상상력을 일깨워 주는 방향으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창의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산학협력을 활발히 추진하고 정부에서도 대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벤처기업가로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은 대학 중퇴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력, 열정과 도전 등을 갖춘 창조적 인재일 것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벌보다는 능력중심사회를, 이론보다는 현장중심 인재가 존중받는 채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펙보다는 능력중심의 채용구조와 사회풍토가 조속히 정착되길 기대한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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