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폐달을 힘껏 밟으며 핸들을 대전 유성 방향으로 돌렸다. 14년 전 함께 교육을 받고 임관한 건축사무관 동기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그때를 떠올리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서울의 한 친구는 "사무관은 아무나 하나?" 라며 노랫말에 맞춰 목청껏 외치던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무수한 생각을 하다 보니 약속장소에 당도했다.

모두가 환호성을 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 않았다. 그동안 사연도 많다. 부친이 돌아가신 친구, 교육 당시 다리를 다쳐 고생했던 경남의 친구가 서기관으로 승진을 했다. 더욱이 심근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며 사경을 헤맸던 친구의 건강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또 한 친구는 병원을 찾았는데 "담배를 끊지 못하면서 병은 고치려고 하느냐"라는 의사의 호통에 그 즉시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우리는 건강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올해로 성수대교가 붕괴 된지 20년이 됐다. 유난히도 붕괴 사고가 많았던 그 무렵이지만 성수대교 붕괴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꼽혔다. 부실공사와 관리 부재 등의 원인이 누적돼 인명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도 성수대교처럼 무너질 수 있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장의 말에 의하면 인체의 세포에는 수용체가 있으며, 혈관세포 속 수용체는 혈압 조절을 잘 하게 해준다고 한다. 또 인슐린이 혈액 속 포도당을 근육 세포 속으로 옮기는 데도 수용체가 꼭 필요하고, 인슐린이 잘 분비돼도 수용체에 이상이 생기면 혈당을 근육 속으로 옮기지 못해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용체가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비만, 운동부족, 흡연, 과음 등이다. 젊을 때 건강했던 수용체도 수십 년간 이런 요인에 노출되면 고장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 결과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이 생기는 것이라니 몸은 건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건강관리를 하듯안전관리도 잘 해야겠다.

이렇듯 몸을 관리하지 못하면 어느 날 성수대교처럼 무너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돌연사라는 것이다. 돌연사는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누적된 건강 이상의 결과라고 한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에도 수용체가 있어 이것이 고장이 나면 타인과의 소통이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정신장애나 우울증, 자살 등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심신이 성수대교처럼 붕괴되지 않게 하려면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수다. 운동과 적절한 영양섭취, 스트레스 조절은 물론 과음과 흡연을 멀리해야 한다. 또한 육체적·정신적인 만성질환이 있으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축물의 유지관리를 하듯 우리 몸의 건강관리를 생활화 해야한다. 전국에서 달려온 사무관 동기들의 귀한 만남에서 건강과 건축의 화두는 우의를 다지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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