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많은 인증서(認證書)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이 '세계유산(the world heritage)'이라는 인증(認證)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이 인증서의 희소 가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문화재의 훼손 방지와 영구 보존을 위한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고, 또한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를 통해 지속 홍보가 되어 국제 관광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불국사 |
그러면 지금부터 '세계유산'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하자.
1960년 이집트의 아스완댐 건설로 누비아 유적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인류유산 보호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비등해졌고,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1972년 17차 정기총회에서 '세계유산협약'을 제정했다. 1975년 이 협약에 따라 정부간 위원회로 설립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매년 1회씩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선정했는데, 현재 인류문명과 자연사에 있어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유산은 거의 망라돼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 |
세계유산은 크게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과 자연유산(natural heritage) 및 복합유산(mixed properties)으로 나뉘며, 그 중 특별히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은 별도로 지정하고 있다.
'문화유산'은 건축물·성곽·탑 등과 같은 부동산 문화재를 대상으로 하는데, 세계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ㆍ사찰ㆍ궁전ㆍ주거지 등과 종교 발생지 등 세계적으로 유명 문화재들이 총망라돼 있다.
'자연유산'은 무기적·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이거나 그러한 생성물의 일군으로 이루어진 미적·과학적 관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 과학적 보존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질학적ㆍ지문학적 생성물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과학ㆍ보존ㆍ자연미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구체적으로 지어진 자연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석굴암 |
그리고 '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말한다.
2007년 7월 현재, 문화유산 660건·자연유산 166건·복합유산 25건 등 184개국 851건이 등재돼 있는 가운데, 문화 35건ㆍ자연 3건ㆍ복합 2건의 스페인과 문화 40건ㆍ자연 1건을 가진 이탈리아 및 문화 25건ㆍ자연 6건ㆍ복합 4건의 중국이 '세계 3대 보유국'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 문화유산은 이집트의 '누비아 유적 : 아부 심벨에서 필래까지'와 '멤피스와 네크로폴리스 : 기자에서 다쉬르까지의 피라미드 지역', 그리스 문명의 보금자리인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인더스 문명의 발생지인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 고고유적', 마야 문명 유적지인 페루의 '마추 피추 역사보호지구', 중국의 '만리장성'과 '명ㆍ청대궁전 자금성', 일본의 '히메지죠(姬路城)', 인도의 '아잔타 동굴',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 등이 포함된 '피사의 듀오모 광장', 선사시대 고대 유적지인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등인데, 중국은 2004년 '고대 고구려 왕조의 수도와 무덤들'을 뻔뻔하게도 자기네 이름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종묘 |
자연유산으로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네팔의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미국의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 국립공원', 일본의 '산치의 불교기념물군' 등이 있는 반면, 복합유산은 그리스의 '메테오라 수도원', 스웨덴의 '라포니안 지역', 과테말라의 '티칼 국립공원', 호주의 '카카두 국립공원'과 '윌랜드라 호수지역', 중국의 '태산'ㆍ'황산'ㆍ'아미산과 낙산 대불'ㆍ'무이산' 등 24건에 불과하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탈레반 정권 시절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계곡의 문화경관과 고고유적'이 대표적이다.
▲누비아 유적 보호운동 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조폐공 사에서 1963년 발행한 기념우표에 나타난 유적의 모 습. |
또한, '잠정 목록(暫定 目錄)'이란 것도 있는데, 현재 위원회에 후보로 올라 있으며 향후 등재 가능성이 높은 유산을 말하는 것으로 1994년 등록된 '한반도 중부 내륙 옛 산성군'과 '공주 무령왕릉','강진 고려청자 도요지','설악산 천연보호구역'과 1998년의 '안동 하회마을', 2002년의 '경주 월성 양동민속마을'ㆍ'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ㆍ'조선 왕릉' 등 총 8건이 등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최근 들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잠정 목록' 등록을 위해서도 애를 쓰고 있는데, 전북은 '고도 익산 역사지구'와 '김제 벽골제'ㆍ'부안 유천리 도요지' 등 3건을, 전남은 '순천 낙안읍성'의 1건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같은 유네스코에서 선정하는 유산 중에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과 세계무형유산(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도 있는데, 이들은 세계유산과는 개념상 구별되어 별도 관리되고 있다.
먼저 '세계기록유산'은 고문서 등 인류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ㆍ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국제자문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심의ㆍ추천하여 사무총장이 선정하는 세계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으로서 보존ㆍ관리와 관련해 역시 유네스코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2007년 7월 현재 57개국 158건이 등재된 가운데, 8건의 오스트리아와 7건의 독일ㆍ러시아가 '세계 3대 보유국'이며,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디오스쿠리드 필사본'ㆍ벨기에의 '플라틴박물관 상거래 기록물',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스라파 성당 서고의 성서 사본', 아르헨티나의 '리오 플라타 총독 기록물',중국의 '청조시대 기록물' 등이 대표적 유산이다.
우리나라는'훈민정음'과'조선왕조실록'이란 세계적인 기록유산을 갖추고 있기에, 이를 배경으로 유네스코가 이 제도를 채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 결과 1997년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국보 제151호'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하여, 2001년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하권'과 국보 제303호'승정원일기' 등 4건이 등재됐고, 이어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개최된 8차 총회에서'조선왕조 의궤류'해인사 소장의'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 등재됨으로써 총 6건의 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끝으로 정식 명칭은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이지만 간단히 줄여 부르는 '세계무형유산'은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하여 구전 및 무형유산을 확인ㆍ보호ㆍ증진할 목적으로 선정한 가치있고 독창적인 구전 및 무형유산을 말하는데, 1997년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었고 2001년부터 2년마다 국제심사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가 채택한 이 목록 자체가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제도에서 인용했을 만큼 이 사업 역시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정 대상은 인간의 창조적 재능의 걸작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문화사회의 전통에 근거한 구전 및 무형유산이며, 언어·문학·음악·춤·놀이·신화·의식·습관·공예·건축 및 기타 예술 형태를 포함한다.
2001년 19개 종목이 선정된 데 이어, 2003년 28개·2005년 43개 종목 등 2006년 11월 현재 68개국 90건이 올라 있는데, 중국이 4건으로 제일 많고, 한국·일본·인도·잠비아가 각 3건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중국의 '경극',인도네시아의 '와양 인형극',이라크의 '마캄',모로코의 '다자마 엘푸나 광장 문화의식',예멘의 '사나의 노래',아제르바이잔의 '아제르바이잔 무감'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종묘제례와 제례악'에 이어, 2003년 '판소리'가 우리 역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우리 문화의 정수로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선정됐고, 2005년에는 '강릉단오제'가 선정되는 등 3회 연속 선정됐으며, 잠정 목록으로는 옹기장·처용무·제주칠머리당굿·나전장 등이 준비하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충북의 자랑인 세계기록유산'직지심체요절 하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