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무인기가 온통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하나는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등산객에 의해서 발견됐고, 하나는 서해5도 최북단인 백령도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문제는 조사 결과 이 비행체에 실린 일제 DSRL카메라에 우리나라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정밀촬영한 사진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청와대 바로 위 1000m 상공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이었다.


미래의 전장을 주도할 병기로 꼽히는 무인기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무인기의 위력을 과시했다. 크기가 작아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대공포로 격추시키기도 어렵다. 기술력이 좋으면 막강한 화력에 초정밀 공격도 가능하고, 제작비도 비교적 저렴해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이 탐낼만한 무기이기도 하다.


현재 무인기 개발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미군은 무인기를 679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인기 제조 분야에선 선진국으로 꼽힌다. 지난 2000년에 한국항고우주산업에서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개발해 2002년부터 각 군단에 실전배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항공이 세계 최초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 'TR-6X 틸트 로터'를 개발해냈다. 최대중량 25㎏에 약 10㎏의 폭탄을 탑재하고 400㎞ 속도로 날아가 북한 해안포를 파괴할 수 있는 공격형 무인폭격기 '데빌 킬러'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난해에 개발했다.


북한이 띄운 무인기에 대한민국의 심장부가 그대로 노출된 사고는 방공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노상 아침저녁으로 서울과 전방을 '방문'해'안녕들 하신지'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크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초정밀 레이더를 도입하다는 둥 첨단장비 보완에 나설 것이다. 북한의 공격에 먼저 당하고 나서 허둥지둥 장비를 보강하는 사후 약방문식의 대응은 이제 우리 군의 공식이 된 느낌이다.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충분히 보유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첨단무기가 문제를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휴전선에 CCTV를 촘촘히 설치했다고 해서 공비의 침투를 막지도 못한다. '노크귀순'이 그걸 일깨워줬다. 첨단장비만 믿고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또 무인비행기에 영공이 뚫렸다. 차라리 레이더가 빈약해 경비병들이 줄곧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더라면 오히려 발견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중요한 건 무기가 아니라 정신자세다. 군 지휘부는 언제까지 당하고 나서 장비 탓만 할 것인가.



/이득수 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