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파가니니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어느 날 아주 중요한 연주를 하게 됐다. 그런데 연주 중에 줄 하나가 끊어졌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세 개의 줄로 연주했다. 그런데 또 한 줄이 끊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연주를 이어갔다. 얼마 후 세 번째 줄까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끊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줄 하나로 끝까지 연주 했다. 그날 그 사건이 파가니니를 세계적인 연주가로 명성을 날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줄 하나의 파가니니!' 이것이 그의 명예로운 별명이 됐다고 한다.

교사는 누구나 교육이라는 연주를 멋지게 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고 싶어 하고 학부모에게 인기 있어 하고 싶고 상사에게 인정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교사의 버팀목들이 끊어지고 있다. 교육을 귀하게 여겼던 사회적 평가, 교사를 존경했던 일반적인 시선, 어려운 교육여건을 적극 도왔던 학부모의 마음 등이 모두 끊어졌다.

너무도 급박하게 무너져 버린 교육환경에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하나의 줄은 절대 끊어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바로 사랑의 줄이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끊어져도 이 줄은 튼튼할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줄 때문에 더 멋진 연주를 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것을 믿고 연주하는 것이다. 그럴 때 교육은 더 아름다운 음악이 될 것이다.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끊임없이 퍼주기만 하는 사랑의 줄로 연주하는 힘든 작업이며 요즘의 교육은 단 하나의 줄만 남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학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줄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와도 이 줄만큼은 잡고 있어야 한다.

학생은 곧 희망이고 발전이고 생존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교육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진리추구다. 행복은 진리추구를 위해 나아갈 때 주어지는 선물일 것이다.부모인 우리 세대가 진리대로 살아야 하는 사명과 함께 학생에게 생명을 걸고 진리를 심어 줘야 할 사명이 동시에 주어졌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을 때 우리는 마침내 진리를 추구한 조상이 될 수 있다.


'다음 세대를 가르친다' 라는 말의 의미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배우게 해 준다기보다 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알려 준다는 의미이다."신음하면서 탐구하는 자만을 시인할 수 있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꺼진 횃불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진리의 횃불을 넘겨주는 부모가 돼야 한다. 극심한 고통으로 영혼과 육신이 아파도 그 줄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 신음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와도 그 줄을 놓치면 안 된다.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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