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온현상으로 예년보다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열흘 이상 폈고,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만발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필자는 매주 월요일이면 정년퇴직한 대학 동기들과 산행을 하며 힘차게 한 주를 시작하니 무척 뜻 깊다. 이번에는 어린이회관 옆길로 조금 가다가 진입해 상령산 정상(491m)을 거쳐 성벽·공남문·매월당 김시습시비·암문·미호문 등을 둘러보고, 산성마을로 가서 토속음식으로 식사를 하니 꿀맛 같았다.

내려올 때는 상봉재를 넘어 어린이회관 앞 등산로로 내려오며 많은 사색을 해봤다. 월요일인데도 상춘객들로 붐비는 것을 보고 우리의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도 느끼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알았다.집에서 언짢은 일로 다투고 온 사람, 온갖 걱정과 세파에 시달리며 힘겨운 사람,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 누구나 주위를 바라보면 모두 치유되고 마냥 즐거워 보인다.


봄의 전령인 개나리를 앞세우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 이른 봄의 추위를 이겨내며 노란 꽃을 피운 생강나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물결치는 진달래, 길가에서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풀꽃, 꽃들에 질세라 하루가 다르게 초록 옷으로 갈아입는 초목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汚名)을 안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30명 안팎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등OECD 평균보다 2~3배나 높다. 그 이유는 정신적 문제, 질병, 생활고 순이라고 한다. 누구나 아무 걱정 없는 사람 없고, 크고 작은 어려움 없는 가정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복지문제의 일환으로 생명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의 산천에서 진솔하고 소중한 삶의 교훈을 배워야겠다.

지난 겨울에 매서운 눈보라와 동장군을 극복했기에 새싹과 봄꽃을 피우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는가! 행인들에게 짓밟히면서도 강인하게 버티는 길가의 풀 그리고 나무뿌리가 속삭여 준다. 죽을 각오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해 성실히 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따사로운 봄볕처럼 그늘진 곳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을 보듬어주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행복은 내 마음과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물질적으로 조금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따사로운 봄동산처럼 여유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될 수는 없을까!


청주시민이 뽑은 '청주의 10선' 중 하나인 조선시대 석축산성인 상당산성!


조망대에서 바라보니 우암산도 발아래 펼쳐지고 청주시내와 증평 등 주위가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후련하고 호연지기가 길러진다. 내려오면서도 희망찬 새봄에 깨달아본다. 산성고개의 출렁다리가 산과 산을 연결하듯이 서로 마음의 가교(架橋)로 소통하고 화합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상봉재의 옹달샘처럼 갈증을 씻어주고, 가뭄 끝의 단비 같은 생명수가 되고, 따뜻하고 후덕한 삶의 정(情), 그리고 베품과 미소를 주도록 힘써 보겠다.



/김진웅 前 경덕초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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