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반복돼 일어나는 것인가. 지난 16일 인천을 출항해 제주로 항해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침몰됐다. 실종된 사람의 대부분이 수학여행길에 오른 고등학생들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을 떠나 격포항으로 가던 서해훼리호가 출발 30분 만에 침몰했던 사고를 말이다. 당시 사고는 위도 주민과 낚시꾼 등 362명이 승선했다가 292명이 숨진 사상 최악의 해상사고였다.

당시 서해훼리호는 출항 당시 북서풍이 초당 10~14m, 파고가 2~3m로 해상 기상이 좋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출항을 강행했다가 회항하려 선수를 돌리는 순간 전복돼 침몰했다.세월호 또한 출항 당시 안개가 심해 출항이 지연되는 등 해상 기상이 출항에 적절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세월호의 사고피해를 집계하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안전행정부나 경기도교육청이 보인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안행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침몰 사고로 구조된 인원이 36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가 1시간 만에 구조인원 집계에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혀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을 공황에 빠뜨리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배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을 학부모에게 통보하기도 했다.세월호는 서해훼리호와 달리 여객 정원 921명, 차량 180대 등을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 여객선이다.

이러한 규모의 여객선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바다위로 나가는 일은 스스로를 위험에 내던지는 꼴이 되는 셈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구명정 등 구조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선내방송에서 대피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기다리라고 한 것이 오히려 탈출 기회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즉 침몰 등 사고 발생시 즉각 가동돼야 하는 구조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사고가 발생하자 해경과 국방부는 해상에 투입할 수 있는 장비와 인원을 현장에 급파했다. 그러나 배에서 뛰어내려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 뿐 아니라 배에 갇힌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장비와 인원이 신속하게 동원됐는지에 관해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이제 막 피어나려는 어린 꽃들이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끝을 맺어서는 안 된다. 어린 학생들이 벚꽃이 지듯 그렇게 허무하게 비바람에 꺾여져서는 안 된다. 부디 실종자들이 모두 기적적으로 구조돼 그 꿈을 펼칠 수 있기를 기도하고 기도한다.



/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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