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항상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든지 죽음만은 저만치 멀리 떼놓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닌가 싶다. 인간세상에서 장수(長壽)는 최고로 꼽는 복(福)일 게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아가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최고의 기쁨이고 행복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 고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 복지 사각지대


얼마 전 서울 송파구의 지하 단칸방에서 세들어 살던 세모녀가 건강악화와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자살을 한데 이어 발달장애로 걸음이 늦고 기저귀를 떼지 못하는 네 살배기 아들과 엄마의 동반자살 사건 등이 줄이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특정인을 따라 모방하는 '베르데르 효과'가 아닌 복지사각지대의 한 단면이란 사실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분명 지자체별로 위기가정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당국의 홍보부족 등으로 활용율이 낮아 무용지물제로 전락한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매년 복지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 올해의 경우 100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불구, 인간욕구 최하 단계인 생리적욕구조차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끊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는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특히 지원제도가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알지 못해 이용율이 떨어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 아닌가.


- 복지서비스는 홍보부터


우리의 복지 전달체계를 살펴보면 복지담당 공무원 1명이 대략 지원대상 4800여명을 맡고 있다. 정상적으로 수혜자들에게 고른 혜택을 제공하려면 담당자가 복지서비스 현장을 직접 찿아가 현실조사 및 적절한 심의를 거쳐 필요한 만큼 혜택을 제공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수혜 당사자들이 직접 신청을 하도록 대부분 규정돼 있다.


때문에 관련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는 수혜자는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설령 신청한다 해도 처리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무조건 신청난에 당사자가 스스로 신청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주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요건을 갖춘 관계공무원 수를 대폭 확충시켜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 이와 함께 복지사각지대 주민들에게 '긴급복지구명제'가 일선 지방자치별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이제 방치된 채 홀로, 또는 가족이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이웃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상식과 기본원칙이 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돼 가동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대 중원대 외래교수·사회복지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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