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새해 벽두부터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과 친박(親朴.친 박근혜)측간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측이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2일 이 당선인의 '취임후 공천' 시사 발언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하고 친박 일각에서 "당선인측이 계속 모른 척하면 우리는 살 길을 개척하는 수 밖에 없다"는 강경론이 일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

이는 박 전 대표 및 친박 측의 향후 행보와 이 전 총재가 추진하는 보수신당의 미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아성'인 대구.경북은 물론 영남권 전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지지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보수신당에 합류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보수신당은 충청과 영남을 기반으로 정국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끼칠 수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박 전 대표가 신당에 합류할 경우 '이회창-박근혜' 양축을 통해 4.9 총선에서 '제1 야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배어 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더라도 이 당선인측이 공언하고 있는 '물갈이'에 위협을 느낀 친박 의원 일부가 탈당, 보수신당의 외연을 넓혀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총재측에서는 지난해 12월29일 '이명박-박근혜' 회동에서 이 당선인이 공천은 제 때 하겠다고 했다가 '식언'했다고 주장하는 박 전 대표의 불만을 십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총재 역시 작년 10월 이 당선인이 자신에게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제안했음에도 이후 언론인터뷰에서 이를 정면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대노'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와 동병상련의 입장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 전 총재측은 "한나라당 내 일일 뿐이며 보수신당 창당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남의 불행만 바라고 그에 따른 '이삭줍기'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에서는 한나라당 내부의 틈을 노려 자연스럽게 친박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구.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친박 의원의지역구에 이 당선인측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물갈이'에 대한 친박 의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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