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386+친노' vs '일부 비노' 대결구도...'당.정.청핵심' 쇄신대상 제외, 논란 예상

대통합민주신당 쇄신위가 3일 대선패배의 수습책으로 내놓은 쇄신안을 둘러싸고 신당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쇄신위가 새 지도부를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로 하고 경선 없이 새 대표를 추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한길 천정배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 경선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쇄신안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당의 새 간판으로 내세우려는 386그룹을 비롯한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의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당내 대결구도가 '비노(非盧) 대 친노(親盧)'에서 '비노 대 비노'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특히 친노파도 이번 쇄신안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어 쇄신안 채택 과정을 통해 신당의 주류가 경선을 주장하는 일부 비노파를 제외한 '비노(손학규+386)+친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구성된 당 쇄신위는 이날 발표한 22쪽 분량의 '제17대 대선평가와 당 체제혁신 방안' 문건에서 17대 대선 결과를 "성난 민심의 징벌"이라고 표현하면서 "뼈를 깎는 회한 속에서 우리 자신을 국민 집도의 수술대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문건은 참패와 위기의 원인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노동과 삶을 개선하지 못한 점 ▲전통적 지지기반과 유리되는 정치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 ▲리더십 문제로 인한 정당정치 실종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도 얻지 못한 점 ▲이합집산으로 비친 신당 창당 과정과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국민경선 ▲대선전략의 호소력과 일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자기반성과 책임규명, 리더십 바로 세우기, 당 정체성 바로세우기와 비전 제시, 책임정당으로의 발전 등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현재의 경선 토대(당원 및 대의원)로는 신당의 기득권 구조가 재생산될 우려가 있고 대선후보 경선의 문제점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경선없는 합의추대를 선택했다.

특히 가장 예민한 인적쇄신 문제에 있어서 참여정부 당.정.청 핵심 요직을 지내온 인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총리와 장관, 당 의장 등 요직을 지낸 인사들을 2선으로 후퇴시켜야 한다는 문병호 의원 등 초선의원 그룹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대신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정책적 혼선을 부추기거나 무시한 인사들 ▲국민과 당원에 대해 오만과 독선을 보이면서 당의 규율을 해친 인사들 ▲비리, 부정 등 구시대적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들이 쇄신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범여권 세력 재편을 이유로 탈당과 복당을 되풀이 한 김한길계와 비리사건에 연루됐던 일부 중진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당.정.청 핵심 인사들을 겨냥하는 듯 했던 인적쇄신의 표적이 쇄신위를 거치면서 방향을 수정한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친노성향 중진들과 386그룹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위는 지난 2일 밤 회의에서 외부인사 위원들이 불참 또는 반대한 가운데 현역의원 출신 위원들끼리 이 같은 안을 표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는 7일 쇄신안 추인을 위해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양측 간에 한바탕 격돌이 예상되며 이견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자칫 분당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인적쇄신의 내용이 실망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김호진 쇄신위원장은 "현역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예민 해서 솔직히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도부 선출 방식과 인적쇄신 대상에 대한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수도권과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사이에 18대 총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386 등 초재선 그룹들은 참여정부 심판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수도권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손 전 지사를 대표로 내세워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데 상대적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호남권 의원들은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가 간판이 되는 것과 당의 기본 틀이 흔들리는 것을 마뜩잖아 하는분위기다.

친노그룹은 손학규 추대론에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화살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또 쇄신안은 총선 물갈이를 위해 현역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평가자료를 확보해 사전에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있다고 명시, 탈락 대상이 될 해당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탈당 사태 등이 예상된다.

다른 한편에선 이념적으로 '잡탕'인 신당의 정체성을 진보적인 쪽으로 '좌향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 신당의 시민사회 출신 중앙위원 65명은 이날보도자료를 통해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연장반대 당론을 위반하거나 소홀히 한 의원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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