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아마도 수학여행일 것이다. 누구나 수학여행 하면 아련한 한 두가지 추억의 편린을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학창시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 집과 교실을 떠난다는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친구들과의 어울림 등 다분히 낭만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수학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교육적인 소재다.

더욱이 지금처럼 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은 과거 어려운 시절에는 수학여행이야말로 청소년들이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창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유·무형의 교육적 가치 때문에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추진하는데 다소의 불편이 있더라도 연중 가장 중요한 교육행사로 치러 왔다.

이렇게 100년 이상 우리나라 대표적인 체험교육으로 자리매김해 온 수학여행이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수학여행 존폐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수학여행을 실시하는 효과가 하지않는 것보다 낫다는 일반론에 묻혀 공론화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생 수백명이 차디찬 바닷속에서 꽃다운 생을 마감하는 대참극이 발생했다.

이번 대참사를 계기로 인터넷에서는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벌써 수학여행 폐지 청원 운동에 3만 명 가까이 동참했다. 청주에서도 충격을 받은 일부 학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했고, 취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학여행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현재와 같은 획일적이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수학여행은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행을 자주 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수학여행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였지만 요즘에는 가족단위의 여행이 보편화되다시피 한 만큼 수학여행이 견문을 넓히는 통로라는데 더 이상 동의하기가 힘들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매년 3월부터 5월 사이에 제주도, 설악산, 경주 등 특정지역에 몰리는 획일화된 여행패턴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비싼 돈을 들여 가는 수학여행이지만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대우는커녕 음식을 잘못먹어 집단식중독에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백번양보하는 마음으로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문제는 결코 거래와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배나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침몰사건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교육적 가치를 논하기 전에 지금은 소중한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먼저 고민해야 된다는 점을 교육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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