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보지 못하는 맹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 맹인은 낮이나 밤이나 외출을 할 때면 꼭 등불을 들고 나갔다. 어느 날 지나가던 행인이 이 맹인을 붙잡고 물었다. "여보시오. 당신은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오. 등불 없이 다녀도 똑 같을 텐데 어찌 꼭 등불을 들고 다니오?" 그러자 이 맹인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소. 내가 등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오" 이 대답을 들은 행인은 이 맹인의 지혜에 탄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맹인이 여느 날과 같이 등불을 들고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치게 됐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이 부딪쳐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이 맹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여보시오. 이 등불이 안 보이시오?" 이 소리에 그와 부딪친 행인이 대답했다. "아니 등불이 있긴 뭐가 있다고 큰소리요. 그 불은 이미 꺼져있어 보이지 않는다오" 맹인은 자기가 가진 등불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기름이 떨어져서 빛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때로 이와 같다. 우리는 우리를 알아볼 빛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내가 들고 다니는 빛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아볼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진 외모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준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가진 학력과 지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존경해 줄 것이라 믿고내가 가진 권력이나 지위로 인해 사람들이 나를 두려워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라. 사람들은 나 보다 더 나를 뚫어본다. 내가 켜져 있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 켜져 있다면 사람들이 내 뜻대로 나를 잘 피해 가겠지만, 나는 켜져 있다고 생각하는 데 실제로 꺼져있다면 사람들은 내게 부딪쳐 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등불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바로 알아야만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을 항상 조정해야만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많이 바쁘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나를 살펴봐야 한다. 내 등불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남들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한다. 내가 나를 살펴보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이를 통해 참된 나를 찾아야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기름을 더 부어주고, 때로는 심지를 갈아줘야 한다.


지난 주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 중의 하나인 고난주간이었다. 사랑과 희생으로 대변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우리를 위한 희생과 십자가에서의 죽으심으로 정점을 찍는 시간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항상 참된 자신을 놓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공격과 거절에도 그들을 품고 구원하는 일을 끝까지 이뤘다.


희생과 고난이 수치가 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할만한 사건이 됐던 인류 역사에 기념비적인 이 시간에 우리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등불을 켰다고 생각하는 데 혹 꺼지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주변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나를 위해서 또한 세상을 위해서 참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자.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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