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산과 들이 푸르러지고 꽃피는 화창한 봄이지만, 온 국민의 마음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슬픔에 젖어있다.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 침몰사고 때문이다. 며칠 지나도록 구조됐다는 기적 같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속절없이 사망자가 늘어간다는 보도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부끄럽다. 필자의 가슴도 이렇게 아픈데 가족들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고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사고이고, 피해를 최소로 할 수 있었는데도 초기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인재(人災)이기에 더욱 참담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 거룩한 희생

보도를 보면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치민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은 평소 안전 교육도 소홀히 하고, 배가 침수되자 승객 보호는커녕 배에서 먼저 탈출했다니 치가 떨린다. 영국의 '버큰헤드 정신'까지는 없더라도 책임감과 소명의식은 물론 직업윤리조차 낙제점이다.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선 안 되고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인명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선원법도 모르는 자들이 어떻게 소중한 인명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자기를 희생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구출하려 필사의 노력을 한 분들이 있어 아직은 회생이 가능한 듯해 다행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 가겠다"며 희생된 고 박지영 승무원, 아내와의 통화에서 "길게 통화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며 구조에 최선을 다한 고 양대홍 사무장, 생일을 하루 앞두고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친구를 구하다 숨진 고 정차웅 학생, 마지막까지 학생 탈출을 돕다가 헌신한 고 남윤철·최혜정 교사 등 거룩한 희생을 하신 분들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지난 20일 고 박지영 승무원의 빈소 복도에는 전국에서 그의 희생을 슬퍼하며 보낸 '익명의 조화(弔花)'들이 가득했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보낸 조화는 온 국민에게 눈물과 감동을 주고 있다.

-부끄러운 사회상

우리는 선진국일까?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각종 사회상을 보면 아직도 요원하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하면 '선진국은 모든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데….

세월호 침몰은 우리의 후진적인 부끄러운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만약 갑작스런 기상 악화 같은 악조건으로 사고가 났더라도 슬기롭고 질서 있게 대처했다면 긍지를 가질 수 있고, 전 세계에서도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비판한 내용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망을 보유하고, 가장 좋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최고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구조해 낼 능력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를 계기로 옷깃을 여미고 슬기롭게 치유하며 큰 교훈으로 삼아 이 같은 불행한 일을 뿌리 뽑고 장한 일들만 있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김진웅 前 경덕초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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