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갈등을 일으키는 관념과 가치들로 가득 찬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것들이 좋던 싫던 간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자유의지나 진실 그리고 지식과 의견 또는 논쟁이 되는 도덕적 문제들에 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견해는 우리의 사고과정을 개발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생각이 있는 반면 우리의 사고작용을 방해하거나 마비시키는 생각들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가려낼 수 있는 사고작용의 개념적 기초를 확립하는 자유의지의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인가, 아니면 강요에 의해서인가를 생각해 보자.

몇몇 심리학자들은 자유의지를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행동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것 일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곰곰이 짚어보면 자유의지란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오로지 자극과 반응의 연쇄고리에 따른 행동일 것이며,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이미 조건화돼 있기 때문에 마치 우리는 리플리증후근(Ripley Syndrome) 환자들처럼 행동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끔찍하기만 하다.

무형의 외부적인 압력에 의해 성취욕구가 강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자유의지대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대단할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결국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 행동을 일삼게 됨으로써 이것을 진실로 착각하고 행동하는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는 물론 사회적인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범죄들을 만연하게 할 것이다.

여기서 조건화의 논리를 거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인간의 행동을 모두 강압의 조건화로 서술하려는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지 말자는 것을 요구하고 싶다. 비록 우리의 행동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재할 여지가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건화에 대한 건전한 견해를 수용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만큼의 책임도 져야만 도덕적 문제들을 토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개인이나 사회가 자신들의 입장이나 원하는 것들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정이 있다면 사회적인 문제들을 논하는 것들은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어떤 강압에 의해서라도 타인을 이길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자신을 이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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