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우리의 눈과 귀는 단연 한국 이름 안현수,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에게로 쏠렸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과 세계선수권 5개 대회 연속 제패 등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그는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 탈락·소속팀의 해체·연맹의 파벌싸움 등이 얽혀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리고 2년 4개월 후 생애 4번째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빙상연맹과 체육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기득권 구조의 문제를 여실히 증명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최강자로 군림해 자연스레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그 가능성을 매우 높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에 '능력과 기본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국을 떠나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인가를 묻고 있는 듯하다.스포츠에서 기본은 생명과도 같다.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중시했던 지도자 자신들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게 아니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아울러 체육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 곳곳에 불공정에 대한 성찰과 기본을 무시한 양심은 치유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사건. 기본과 안전을 무시한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억장이 무너져 실낱같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눈물도 이젠 다 말라버렸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것도 없이 어른들의 무책임이 한없이 부끄럽고, 최소한의 기본과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실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 불감증에서 출발한다. 일본에서 건조된지 20년이 지난 노후선박으로 사고의 위험성이 상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점검의 부실, 정비불량, 안전교육의 미비, 선박의 불법 증개축, 무리한 승선과 화물적재 등 결국 시한폭탄을 싣고 운항한 셈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사후 처리에 있어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둥대는 모습은 우리를 부끄럽게 했고, 외신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사고의 수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재난전문가도 없었다.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이제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어 뒤를 한 번 돌아보자. 우리는 그 동안 한낱 구호에 불과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키지도 못할 수 많은 약속들을 남발하지 않았는지를.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갈등과 고통은 상존한다. 그로부터 이끌어내야 할 교훈은 언제나 기본이 변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불행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인이나 조직 스스로가 정확한 '자기진단서'를 통해 목표와 방향을 재정립하고 모두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때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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