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랑 어떤 관계세요?"

전화기 속에서 대뜸 아들과의 관계를 묻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 중 여직원이 많기 때문에 회식을 자주 못하던 중, 오랜만의 회식이라 웃고 떠들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핸드폰을 열어보니 아뿔싸 부재중전화가 세통이나 와 있었다. 순간 무슨 일인가 궁금해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남자는 아들과의 관계를 물어 왔다.


다짜고짜 군대 간 아들이름을 들먹이니 순간적으로 "아, 아들에게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긴장과 초조함으로 핸드폰을 든 손이 바르르 떨리며 한 잔 마신 술기운마저 확 가셨다.


내가 엄마인데 무슨 일이냐고 하자, 자기 아들이 전주에서 김민수 지갑을 주워왔다고 한다.


순간, 마음이 놓여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하며 인사를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직장의 주소를 그 분의 핸드폰에 문자로 남겨주고 아들 지갑을 수취인 부담으로 부쳐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별일 없냐고 묻자 아들은 어미가 걱정할까봐 그러는지 별일 없다고만 한다. 정말로 별일 없냐고 재차 묻자 그제야 사실은 어저께 전주에서 술을 먹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이실직고를 한다.


돈은 얼마 안 들었는데 지갑이 비싼 거라며 속상해 했다. 카드는 분실신고를 했지만 운전면허증 등이 있어 좀 난감하다고도 했다. 나는 군인이 군기가 빠졌다고 나무라며 누군가 지갑을 주워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아 ~ 다행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가 밝게 울려 퍼진다.


며칠 후 택배로 아들 지갑이 배달돼 왔다. 박스를 뜯고 지갑을 꺼냈는데, 종이가 있어 확인해보니 택배 박스를 산 영수증이었다. 그 영수증 안에 '지갑에 돈이 1만 6000원이 있었는데 350원은 택배 박스를 구입 했습니다'라고 또박또박 쓰여 있고 영수증에 동전 650원이 비닐 테이프와 함께 붙어 있었다.


그 것을 본 순간 난 둔기로 머리를 탁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같이 메마르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때에 지갑을 주어 전화를 해준 것도 보기 드문 일인데 게다가 택배박스를 사고 난 잔돈을 테이프로 꽁꽁 붙여 보내다니 너무도 놀랍고 가슴이 벅차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흥분해 옆에 있는 직원들에게 세상에 이런 분들도 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하자 직원들도 다 놀래는 표정이다.


그 감사한 마음을 작게라도 전하고 싶어 우리 지역의 특산물인 청원생명쌀 한 포대를 택배로 부치며 정말로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전화를 했다.


흔히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때때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런 고마운 인연들이 곳곳에 있어 아직은 우리 사회가 살만한가보다.


늘 그래왔지만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큰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르침을 주고 힘을 줘 내가 바로 설 수 있고, 또 우리가 바로 서고 더 나아가 세상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복회 행우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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