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유가족들의 가슴에 흐르던 피눈물이/온 국민들의 가슴으로/ 철철 꽃비 돼 내린다/ 잠잠이 조소기를 내주던 팽목항 바닷물이/ 다시 부글부글 파고를 높이고 있다/ 늦어지는 구조, 핑계거리 또 생기나보다/ 아직 다 못 건져 올린 저 가녀린 목숨들, /얼마나 더 몸 부서져야 한단 말인가./ 아들아, 어여쁜 딸아/ 깜깜한 바다 속 무섬에 까무러친 아가야/ 온몸이, 온 가슴이 산산이 뭉그러져/ 뭍을 향해 하얀 파도로 손을 뻗는 너의 넋을/ 헛손질로 망연히 놓치고 있구나./ 이 땅의 못난 애비어미는/ 애기똥풀 쓰디쓴 피눈물을 토해/ 노란 리본을 매달며, 제발…/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476명을 실은 6825톤급, 세월호의 침몰, 무수한 생명들이 차디차게 죽어갔다. 모든 생명체가 꼬물꼬물 살아나는 이 찬란한 봄날에. 수학여행의 설렘을 안고 세월호에 올라 싱그러운 꿈을 풀어내던 그 푸른 물살에 수많은 생명들이 수장됐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느닷없이 닥친 일이다.


이미 제 역할의 한계에 넘어 내놓은 18년 노선(老船)을 덥썩 사들인 것도 부족해 증축에 화물과적, 눈 가리고 아옹거리는 운영실태…. 어느 것 하나 안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악조건을 모두 갖춘 거대 괴물 앞에 속수무책 아까운 목숨들이 스러져 갔다.


이해할 수도, 이해돼서도 안 될 참화에 일순 온 세상이 그대로 정지된 듯, 공황에 빠져 있는데 그 비통한 울부짖음 속에서도 유유히또 다른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있는 이 누구인가. 4월이다. 4월, 그대는 진정 잔인의 정령인가. 찬란한 소생의 탈을 쓰고 역천(逆天)의 현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고야마는 야누스인가.


사람을 탓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일이다. 잔인한 달 4월의 심통이라 허공에 원망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차라리 낫겠다. 그러나 천재지변이라 엮어볼 고리는 단 한 올도 없다. 온전히 사람 탓이다. 막을 수 있는 일을 어이없이 놓친 것이기에 더 가슴 칠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행정안전부'를 '안정행정부'로 기구명칭을 바꿨다. 단어 하나 앞뒤로 바뀜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또 낭비되나 싶었지만, 그만치 안전을 우선한다는 의미에서 이해도 했다. '국민 안전을 중시한다' 야심찬 국정목표도 결국 글자만 앞으로 옮겨놓았을 뿐 근본적인 매뉴얼도, 안전대책 실행도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사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최소피해로 조기진압 하느냐 인데 여전히 제각각 목소리 내며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바쁘다.


"앞으로, 절대로, 더 이상…" 사후약방문식 문구를 재탕하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듯 몇몇 쳐 내고 세월호 사건은 시나브로 그냥 묻히는 건 아닌가. 또다시 불신의 벽만 한 단계 높아진 꼴이 씁쓸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4월이 노란리본으로 매달려 세월 속에 소스라친다.



/김윤희 진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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