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근무자·업무보고 공무원 등 손님 몰려

비수기인 한겨울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식당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덕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들은 되도록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주문했는데도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러 오는 부처 관계자와 '줄대기'를 하려는 각계 인사,수백명의 취재진 발길이 이어지면서 영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

6일 삼청동 식당가에 따르면 인수위 사무실이 들어선 한국금융연수원 주변 음식점들은 작년 연말부터 인수위와 관련된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통일부, 감사원 등 관가 밀집 지역인 삼청동 음식점은 평소에도 점심 시간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편이지만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바빠졌다고 식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융연수원 인근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는 손민정(39.여)씨는 "(인수위 출범 이후)손님이 많아져서 좋다. 인수위에서 배달 주문을 한 적은 없지만 가게에 오시는 손님은 적어도 2개 테이블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웃 한식집 직원 정모(28)씨도 "인수위가 들어선 뒤 손님이 확실히 많아져 평소보다 더 바빠졌다. 저녁도 그렇지만 특히 점심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인근 음식점의 한 주방 근무자도 "점심 때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시간이 없어서인지 빨리 먹을 수 있는 국밥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수위 효과'로 늘어난 고객들이 편하게 술이라도 한 잔 곁들이기 쉬운 저녁 식사보다는 업무 중 잠깐 끼니만 해결하는 점심 때 주로 식당을 찾는다는 것.

200여명에 달하는 인수위 상근자들은 상당수가 이 당선인의 주문에 따라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지만 일부는 가끔 외부 식당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식당 직원은 "점심식사를 하러 오는 인수위원들도 있다. 대부분 바빠서 그런지 식사만 시켜서 빨리 드시고 나간다"고 말했다.

또다른 식당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손님이 늘고 있다. 당선인께서 구내식당을 이용하라고 했지만 계속 구내에서 먹다보니 입에 맞지 않는 위원도 있는 것 같다"고전했다.

반면 일부 음식점은 인수위 특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직원들이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외식을 삼간 탓에 오히려 손님이 다소 줄었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한 한식집 점장 백모(31)씨는 손가락으로 청와대 쪽을 가리키며 "요즘 저쪽 분들이 잘 나오시지 않는다. 인수위 손님은 많이 들지 않고 청와대 손님은 줄어들어 전체 매상은 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삼청동의 한 음식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받은 친필 사인을 가게 안에 걸어뒀으나 최근 인수위가 근처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손님'을위해 슬그머니 노 대통령의 사인을 치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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