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윤의상·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새해인사를 주고받는 시절이다. 자필로 직접 작성한 인사장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이는 이제 거의 볼 수 없고, 연하장도 이름까지 그대로 인쇄하여 보내는 시대이니 받아도 별 기분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것이더라도, 그래도 정성껏 자필로 글씨를 써서 보내온 것은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으나 최근 것은 오는 대로 그냥 버린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인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래처인 해외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나 새해 인사 카드가 30여 통 씩 우편으로 왔으나 이제는 그들도 전자메일로 인사를 보낸다. 올해는 인도에서 온 달력과 4통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전부였고 대부분의 해외 거래처에서는 컴퓨터로 인사장을 보내 왔다.

새해가 되면서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아마도 핸드폰으로 오는 문자 메시지일 것이다. 새해를 축하하며 건강하고 행운과 행복을 빌겠다는 내용이나, 지난 한 해 동안 감사했었다는 감사의 내용, 새해에는 부자 되시라는 내용까지. 거의 정형화된 문자가 친구들, 후배, 선배들, 아는 식당까지 하여 부지기수로 온다. 일일이 회신 못하여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정성이 고맙기도 하다. 올해는 특히 학생들의 성적정정기간과 겹쳐 사무실 홈페이지와 사무실 전자메일을 통해 학생들이 수십 통의 메일을 보내왔다. 학생들로부터 온 메일의 대부분은 성적 정정, 성적 등급 향상을 바라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연초에 보내는 것이여서 그런지 새해 인사가 들어가 있다. 그럴 듯하게 보내온 것도 있고, 또 어떤 학생은 어설프게, 또는 애교스럽게 새해인사로 시작하여 집안 사정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는 학생, 기숙사 입사문제를 거론하는 학생, 아버지와 각서를 썼다는 학생, 대학원 진학을 거론하는 학생, 졸업 후 취업 문제를 언급한 학생, 졸업 후 편입학하겠다는 학생부터 학생에게는 학점이 목숨과 같다고 성적등급의 근거를 알려달라는 반 협박조의 학생들까지. 연초의 학생들 메일은 모두가 새해인사로 시작하여 성적을 올려달라는 내용으로 끝을 낸다. 학생들로부터 새해에 온 메일은 이렇게 새해 인사로 시작하여 부담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해 시작인 마당에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 싶지만, 교양과정의 학점은 상대평가인 관계로 전체 학생의 성적등급평균을 다시 검토해 봐야겠다고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온 학생에 한해 답변을 일단 보냈다.

일방적인 우편 인사나 전자메일로 하는 인사보다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전화로의 안부나 새해인사가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서로의 말을 통하여 상대방의 주변상황까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 아닐 까 한다. 친한 이들, 부모님과 형제, 선후배들과 전화를 하다 보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들의 주변과 그들의 현재 상황, 그들의 생각까지도 서로 알 수 있게 됨으로써 더욱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필자가 연 초에 받은 전화는 모두 좋은 일만은 아니였다. 1월 2일 후배의 부친상 소식을 시작으로, 1월 3일에는 친구의 부친상 소식을 들어야 했다. 1월 5일에는 서울의 초등학교 친구가 누구에게 안부전화를 걸어보라고 하기에 왜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의 부인(그 역시 초등학교 동창임)이 병원에 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지난 12월 22일에 자기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하여 병원에 입원했는데, 다행히 상황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여서 다음주 수요일에 퇴원하기로 했다 한다. 오후에는 경주의 친구에게 전화를 해 봤는데, 그렇지 않아도 내게 전화하려 했다고 하면서 그 친구의 아내가 수술을 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자궁에 물혹이 생겨 적출 수술을 해야 한다고. 그 친구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싫었다. 토요일임에도 출근하여 일하려 했으나 괜스레 우울해져 퇴근하려 하니 마침 증평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운전하는 것이 나을 듯 하여 증평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올 한해에는 부디 좋은 소식들만이 메일 화면 안에서, 또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