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유달준]뉴스를 통해 접한 국가적 재난 중 가장 참혹한 재난으로 기억될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20일이 지났다.

남은 실종자에 대한 구조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여론은 언제부턴가 승객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고 세월호 침몰 전탈출한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처벌과, 운영주체인 청해진해운의 운영진 및 실소유자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난 민심-

이중 사고 직후부터 여론과 국민들이 주목한 것은 세월호 선장에 대해 적용 가능한 죄명과 처벌수위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세월호의 변침보다는 '평형수 부족'과 '화물과적'으로 침몰의 원인이 정리되고 있지만, 여객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선장이 탈선조치를 취하지 않고 먼저 배를 빠져나와 구조가능성을 거의 봉쇄하다시피 했다는 점 때문에 세월호 선장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여전히 하늘을 찌를듯하다.

이런 대형 참사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단순히 업무상과실치사죄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유기치사죄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도주선박죄의 적용을 통해 더 중한 처벌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필자의 직업이 법조인인 만큼 이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최근에 검찰에서 살인죄의 적용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는 보도를 보고 고민을 하게 됐다.

-부작위범 충족 요건-

과연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검찰에서 검토 중인 살인죄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다.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 살인을 할 수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형법상 부작위는 단순한 무위(無爲)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요구·기대되는 일정한 동작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써 행위에 포함된다.

부작위범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① 구성요건적 상황, ② 요구된 행위의 부작위 존재, ③ 개별적 행위가능성, ④ 구성요건적 결과, ⑤ 부작위와 결과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① 선박 침몰로 인해 승객이 사망할 수도 있는 충분한 위험이 발생한 가운데, ③ 당시 선장에게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② 선장으로서 승객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탈선명령 등 적절한 구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④ 그로 인해 승객들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으며, ⑤ 이러한 구호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승객이 사망했으므로 일응 가능해보인다.

작위범의 구성요건을 부작위로 실행한 경우 특별한 요건으로 ⑥ 결과를 방지해야 할 행위자의 특별한 지위라는 보증인지위를 요구하는데 법령 또는 계약에 따른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살인죄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이미 대법원은 숙부가 나이 어린 조카를 저수지로 데리고 간 후 물에 빠진 조카를 구호하지 않고 방관해 사망한 사건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바 있다.

만약 선장이 살인죄로 기소된다면 ④요건과 관련해 선장이 구호조치를 했다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는 연관관계가 확실에 가까운 개연성으로 인정되느냐가 유무죄의 주된 쟁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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