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나날이 볕이 따가워지고 신록이 짙어지고 있다.

참담한 세월호 사고의 실종자를 아직도 다 찾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속히 실종자를 모두 찾고, 희생자의 가족들이어려움과 슬픔을 극복하고 신록처럼 치유되고 힘내기를 바란다.


며칠 전, 청주남중을 지나 수곡자율방범대 옆 등산로로 올라 구룡산과 매봉산을 다녀왔다.

지난 4월 상당산성 산행기를 게재하기도 했지만, 매주 월요일 퇴직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산행은 무척 뜻 깊다.

일상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때에도 각종 정보도 공유하며 함께 산행을 하고 식사도 하다보면 유익하고 충전되는 것 같아 보람 있다.

[정겹고 고마운 산]


우리고장 청주 근교에 이처럼 어머니 품 같은 산이 많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행운이다.

구룡산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참 정겨운 산이다.

모충동, 개신동, 성화동 등이 인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눈이 조금 쌓였을 때에도 다녀갔지만 그 때와는 여러 가지로 색다르다.

눈 대신 신록이 어우러지니 더욱 안전하고 쾌적해서인지 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매봉산 화청각까지 다녀와도 두 시간 남짓 걸리니 운동하기 알맞고, 진입하는 길도 많아 각자 적당한 등산로를 찾아 조절할 수 있어 좋다.

지난 달 힘겹게 올랐던 낙가산 같이 경사가 심하지 않아 산책 같은 느낌을 주는 걷기에 좋은 산이고, 등산로는 적절하게 나무가 우거져 더운 날에도 별 어려움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많이 오르는 청주의 명소 중 하나고 점점 커져가는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정겹고 고마운 산이다.

정상에 오르니 해발 163M라는 표지석과 삼각점, 정자, 급수대 등이 있다.

특히 '구룡산 산맥 안내도'가 눈길을 끌었다.

구룡산은 한강과 금강을 가르는 한남금북정맥에서 연결된 산줄기로 속리산으로 이어지고, 백두대간을 따라 백두산까지 연결된다.

산남동 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분평동을 지나 무심천으로, 성화동 쪽의 물은 가경동을 지나 석남천으로 흐르고, 무심천과 석남천의 물은 미호천에서 합류해 금강을 거쳐 서해로 긴 여행을 한다니 신기하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산과 물의 안내, 산 위에까지 운동시설과 급수대를 마련한 배려에도 감사하다.

[숲길을 걸으며]


내려올 때는 미평동 방면으로 안내하는 길을 따라 내려오니 또 다른 풍광이다.

평화로운 숲길을 걸으며 신록 속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등산객, 오랜 세월 동안 고장의 역사와 함께 하며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며 거시적으로 우직스레 살아가라는 커다란 바위와 노송, 풍우(風雨)와 사람들의 발길에 시달려 깎이는 흙을 한 줌이라도 더 움켜쥐며 사람들에게 계단 역할까지 하는 뿌리들, 동식물에게 따뜻하고 고마운 보금자리가 되고, 맑은 공기를 선물하며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숲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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