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10시 나는 출근길에 들른 미용실에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제일보를 접했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선박침몰사고가 났는데 신고가 접수되자 신속하게 구조활동이 시작됐고 대부분의 승객들 생명에는 이상 없을 거라 보도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들어오는 사고현장의 상황은 처음 낙관적인 내용과 달리 갈수록 심각해져갔다.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안산 단원고의 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4월이 다 가고 5월이 돼도 희망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며 1년 중에 가장 지내기 좋은 달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참으로 잔인한 계절이 됐다.

축복과 환성으로 가득해야 할 가정의 달에 슬픔과 눈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본래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 하는 행복을 감사하자는 날인데도 희생자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게 이 날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하니 그렇게 가슴이 아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믿기도 참기도 힘들었던 것은 승객의 생명을 지켜야 할 선원들이 먼저 배를 탈출했다는 사실이다. 불법개조에다 과적까지 세월호는 온갖 사회적 비리와 부조리의 집약체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귀하다는 생명들이 그날 침몰의 현장에서 종이쪽처럼 마구 팽개쳐지고 버려지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26년을 살았지만 이 나라가 일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한 생명의 소중함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데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역사적으로 이미 예시(豫示)돼 있었다.

멀리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사고를 찾지 않아도 공주사대부고학생 익사사건(2013년),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2014년)는 엊그제 일이다.한날 한시에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대사건들을 숱하게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최근 조사에 의하면 시민의 기본질서 준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꼭 지킨다고 대답한 사람은 선진국에선 평균 90%를 웃도는데 한국은 46%에 그쳤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일본이 3.2명이고 한국은 22.5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근대화에 성공했다고 자랑하지만 그 대가로 너무나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켜온 것은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만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없다고 우쭐대는데 만약 그것이 지킬 것을 지키지 않고 얻어지는 편법적인 이익을 과시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전근대적 사고라 해야 할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는 말은 무책임과 탐욕에서 나오는 것이다. 희생은 항상 어리고 힘이 없는 자들의 몫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세월호 관련 촛불집회가 몇 해 전 광우병 반대시위 때처럼 격렬히 달아올랐다가 끝내 망각의 서곡이 되지 않기를 비통한 심정으로 호소한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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