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학 교수

'사회의 그을진 곳에' 라는 표어가 제일 많이 나오는 시기가 년말연시이다. 사회의 사랑에 대한 체온계를 그려놓고 몇 도 올라갔는가를 살펴보곤 하는데 용케 목표치를 채우긴 하지만 뒷맛은 영 씁쓸하기 짝이 없다. 실제 사회의 그늘진 곳에는 년말연시를 제외하고는 별로 기부하질 않는다. 그러나 교회나 사찰등과 같은 곳은 아무리 불경기라도 헌금이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의 80%가 종교단체라고 한다. 즉, 교회나 사찰에는 헌금을 해도 역으로 사회의 도움을 애타게 필요로 하는 단체나 기관에는 기부금을 안 낸다는 소리이다. 그저 자선남비 두드리고 서 있는 분들에게 푼돈 몇 푼 집어 주는 게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또 종교단체 80%를 제외한 20%가 소위 사회의 그늘진 곳에 기부되는데 이 20%를 100으로 보았을 시 개인이 내는 기부금은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84%는 기관이나 단체가 내는 기부금이라는 소리이다. 다시 말해 우리 월급에서 강제로 징수하는 우수리모금등이 모여 84%의 기부금을 차지하게 되는 것 같다.



교회, 사회적 책무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회에는 기부금 아니 헌금은 해도 다른 곳에는 상당히 인색하다고 볼 수 있다. 내 자신 교회를 다니고 있는 관계로 다른 종교에 대해 말할 수는 없고 교회에 한해 말을 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금의 80%를 교회에 헌금하고 있다면 이제 사회의 그늘진 곳에 구원의 손길을 주어야 할 곳이 바로 교회가 된다. 달리 말해 기부금의 절대 금액이 교회에 헌금으로 기부되는 실정이므로 이제는 교회가 나서서 사회의 그늘진 곳을 위해 그리고 주님의 손길과 구원을 바라고 있는 곳에 헌금을 사용해야 선순환구조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헌금을 사회를 위해 쓰는 교회가 많은 것 같지 않다. 그저 헌금의 대부분이 교회의, 교회에 의한, 교회를 위한 곳에 쓰여 지는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을까? 대형교회에서 왕조 세습하듯이 담임 목사자리를 아들에게 세습시키는 행위, 헌금 사용처에 대한 시비 등 안 좋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들리는 것 같다. 그러면 교회는 어쩌면 이리도 헌금을 잘 받아 낼까? 일단 수입의 10분의 1을 하나님 돈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체 수입의 10분의 1을 내지 않으면 하나님 돈을 떼먹는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10분의 10이 다 하나님 것이지 어디 10분의 9는 내 것이고 10분의 1은 하나님 것인가.



낮은 곳으로 임해야



솔직히 목사님들은 월급 받은 것을 기부금에서 받았다는 명분으로 세금을 일체 내지 않는다. 소득세 안 낸다고 이를 입법했다가는 후환도 두렵고 그리고 목사님은 '기름 부은 주의 종'이라고 하며 '기름 부은 자'의 하늘 권세에 겁도 나서 목사님들 소득세 부과에 대해 아무도 입법할 생각을 안 한다. 극히 소수이겠지만 '기름 부은 주의 종'에서 '주의 종'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기름 부은 자'의 권세와 권위만이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담한 마음이 든다. 교회가 그저 '목사님, 목사님, 우리 목사님'의 모습만 너무 많이 보인다. 사회에서 힘들고 멸시 당했던 분들이 평강과 위로를 받는 곳이 교회여야 하는데 이런 분들이 더 심한 상처를 입는 곳이 교회인 것 같다. 낮고도 낮은 곳으로 임하셨던 예수님처럼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낮아졌으면 한다. 목사님들이 성도들과 세상을 향해 낮아지고 또 낮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성도들이 낸 헌금이 사회를 위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위해 낮아지는 곳에 쓰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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