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 혁명에 의한 정보획득
▲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 (이원태 옮김ㆍ삼인)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권력의 원천은 정보가 됐다. 철광석의 산지를 파악하고 채집·제련·가공하는 과정 전체가 정보에 해당한다.

현대사회를 정보사회로 일컬으며 과거에 비해 정보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과거에도 정보의 힘은 무리의 생사를 좌우했다.

현대에 와서 정보가 새삼 부각되는 까닭은 정보의 중요성 자체가 과거보다 더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야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브루스 빔버 교수가 펴낸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원제 : information and american democracy)' 역시 1990년대 이후 '정보획득=정치권력 획득'을 강조해 온 미국 정칟커뮤니케이션 학계의 연구 성과 가운데 하나다.

빔버 교수는 이 책에서 인터넷 보급에 따른 정보혁명이 미국 정치 상황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는데 이 또한 인터넷 등장 이후 거의 모든 논의의 초점을 인터넷에 맞춰온 미국 학계의 조류를 반영한다.

저자는 인터넷 혁명의 특성을 '정보의 풍부성'과 '정보 획득 비용의 인하'라고 봤다.

인터넷의 이런 특성은 집단을 조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대폭 낮추고 조직 간의 경계를 허물어 유연하고 탄력적인 정치 네트워크의 구성을 이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빔버 교수는 2000년 5월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이라는 단체의 회원 10만여 명이 워싱턴에서 총기 통제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정보의 바다서 소외받는 빈곤층

이들은 조직이나 자금 등 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치적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인터넷이 긍정적 변화를 이끈 것 만은 아니다.

저자는 인터넷의 단점은 "무엇보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이끌기보다 이미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인터넷이 정보 획득 비용을 대폭 낮췄지만 그마저도 지불할 수 없는 빈곤층은 정보의 바다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역시 정보 이용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만만치 않은 장벽으로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터넷 문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터넷을 떠도는 정보의 80% 이상이 영어로 쓰였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를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처럼 마음편히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이밖에도 저자는 지나친 다원 주의화에 따른 공론장의 파편화 (수많은 소그룹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만 이야기하는 현상)와 분극화 현상(파편화된 그룹들이 대립할 때 극단으로 치닫는 현상) 등 인터넷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고 강조한다.
49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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