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의 일이다. 연합군이 독일에 승리를 거둔 이후 기존에 독일군이 주둔했던 각 나라를 다니면서 남은 잔병들을 소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집에 들르게 됐다. 자세히 살피니 그 집 지하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독일군에게 잡혀가기 전에 숨어있던 곳이었다. 거기에는 다윗의 별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잡혀가기 전에 적어놓은 여러 글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나는 태양을 믿는다, 여기에 빛이 비치지 아니해도. 나는 사랑을 믿는다, 그것이 표현되지 아니할 때라도.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그분은 아무 말이 없으시더라도' 이들은 캄캄한 지하실 속에서도 태양을 믿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있다는 것을 신뢰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가지 일을 손에 들고 살아간다. 하나는 해야 할 일이다. 어떠한 일이든지 그 일이 계속 진행되지 않으면 우리의 현재는 무너지게 돼 있다. 특별히 현재 무엇인가 괜찮게 이룬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다른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이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닌 다른 일들, 당장 나에게 닥쳐오는 일이 아니라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될 것 같은 일들,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일들이 있어야 하는 데, 이것들이 바로 하고 싶은 일이다. 문제는 균형이다. 우리에게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해야 할 일이 현재를 위한 일이라면, 하고 싶은 일은 미래를 위한 일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서 나의 손을 벗어났지만, 나의 한 손에 있는 현재와 다른 한 손에 있는 미래는 놓칠 수 없으니 우리는 이 둘을 조화롭게 꼭 잡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 조화를 이룬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야 할 일만을 붙잡고 있다. 사실 당장의 일들만을 잘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까지 바라본다는 것은 큰 통찰을 필요로 하지만 자기 울타리에 갇혀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그냥 살아간다. 요즘 우리가 보는 일기예보는 비가 올 것을 확률로 예보한다. 우리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확률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확률도 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이 이뤄지지 않을 불안이 있기에 사람들은 선뜻 하고 싶은 일에 다가서지 못한다. 때로는 이 불안에 억눌려 미래의 기대를 놓아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래는 믿음이 있는 자의 것이다.

서두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기억하는가? 빛이 비치지 않아도 태양이 있다는 믿음, 표현되지 않아도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 아무 말이 없어도 우리 곁에 있다는 믿음, 그들은 이 믿음을 가지고 미래를 바라봤다. 우리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기대를 향해 나아가게 하고, 해야 할 일들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만든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분명한 믿음을 가져라.

/이동규(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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