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규제 풀어 경영권 보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부처별 업무보고가 마무리되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인수위의 기업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지원을 간접지원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은 규제를 풀어 간섭을 하지 않되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통해 20조원 규모의 재정자금을조성해 '온 렌딩'(on-lending, 전대방식)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소기업 '온 렌딩' 방식으로 지원

온 렌딩 방식이란 정부가 기술보증이나 신용보증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책금융 정책을 수행하는 현재 방식과 달리 민간 위탁을 통한 간접적 지원을 말한다.

즉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공적기능을 담당할 가칭 kif(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펀드)를 통해서 정책금융의 목표를 세우고 정책금융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자격을 정하지만 기업을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진행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고 정책금융자금만 전대(온 렌딩)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신용도가 낮아 민간금융기관이 금융지원을 꺼릴 경우 민간금융기관의 대출 비중을 낮추고 kif의 금융지원 비중을 늘리며 우량한 기업의 경우에는 kif가 비중을 줄이는 등 기업의 상황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다양하게 운용된다.

곽승준 인수위원은 온 렌딩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정책금융방식이 무역마찰을 일으켜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방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 위원은 또 "경제구조가 선진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홀로 지원 대상기업을 효율적으로 선정할 전문성이 있는가가 의문시되고 있으며 지원 기업을 선정한 뒤에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유인을 갖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대출자금을 지원하지만 대출위험은 공적 금융기관(kif)과 민간 금융기관이 나눠 부담하는 원칙은 지키기로 했다.

이는 대출위험을 나눠 민간에게 지원 대상 기업 선정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현재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정책금융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인수위는 온 렌딩 방식의 전환은 지원대상 기업선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투자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금융기관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산업은행과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합친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20조원이 조성되면 kif를 설립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의 중기 지원보다 규모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총부가가치 중 52%를 생산하고 있고 전체 고용의 89%를 책임지고 있어 중기 활성화는 중요한 정책 과제"라며 "산은을 민영화해도 정책금융기능은 kif가 맡기 때문에 부실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대기업, 경영에만 전념토록 규제 풀어

인수위는 대기업 정책으로는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경영권 안전장치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제한제도가 폐지되고 금산분리 규제도 단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권 안전장치를 위한 '황금주'나 '포이즌 필' 등 특정 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인수위는 이 당선인이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경제력 집중 규제에서 벗어나 독과점 규제와 공정경쟁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출총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키로 하고 시장의 자율감시 체계에 필요한 사항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향후 협의를 통해 대안을 논의하겠지만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벌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새 정부가 공정위의 기능을 경제력 집중 규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재편한다는 방침하에 공정위의 기능과 조직을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對)재벌 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또 인수위는 현행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의결권 한도를 10%로 확대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뒤 15%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를 무조건 푸는 것이 아니라 은행지분을 인수하는 기업의 '적격성 심사' 등 다양한 사후 감독체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인수위는 전날 재정경제부 업무보고에서 '기업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권 안전장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당선인의 공약을 검토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경영권 안전장치로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지분 확보외에 특별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를 앞두고 일각에서 '황금주'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가가 1주 만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는다면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어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있다.

아울러 일반 상장기업들이 황금주를 보유할 경우에는 인수.합병(m&a) 시장 자체가 부진해지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밖에 공정한 경쟁을 통해 m&a를 촉진하면서도 적대적 m&a의 역기능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의결권 추가부여제도나 매수자에게 상당한 자금부담을 초래할 수있는 특수한 형태의 '포이즌 필' 발행 등이 검토대상이다.

다만 상법상 포이즌 필에 대한 근거를 두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행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특별결의를 통해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현재 대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특별결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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